서울중앙지법 박병삼 영장전담판사는 이 전 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벌인 뒤 검찰이 청구한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정치자금법 위반이다.
박 판사는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주요 범죄혐의에 관한 소명이 있고, 지금까지의 수사진행상황과 피의자의 지위 및 정치적 영향력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영장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은 영장발부 직후인 이날 오후 11시40분께 대검찰청에서 집행됐다.
이 전 의원은 11일 새벽 0시20분께 대검 청사 밖으로 나와 ‘대통령을 위해 돈을 받은 건가’, ‘국민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거듭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할 말은 없느냐’, ‘심경이 어떤가’라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차량에 올라탔다. 이 전 의원은 서울 구치소에 수감됐다.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임석(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김찬경(구속기소)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5억여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신이 대표로 있던 코오롱그룹에서 정상적인 회계처리 없이 고문료 형식으로 1억5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도 있다.
합수단은 임 회장이 건넨 돈이 대선자금으로 쓰였는지 여부 등 용처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합수단 관계자는 “아무 것도 없이 산을 넘어갈 수 있겠느냐”며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수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또는 기자회견을 통해 어떤 형식으로든 사과를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친형의 비리가 드러난 이상 사과를 하지 않고서는 남은 임기 국정운영이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이 대통령의 사과 시기와 내용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쉽지 않은 문제다. 이 전 의원이 받은 돈이 이 대통령의 대선자금으로 쓰였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사과는 자칫 불법 대선자금 의혹에 불을 지필 수 있다.
실제로 검찰은 이 전 의원과 정두언 의원의 불법자금 수수 의혹 수사를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이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계획이 없다는 게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아직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파문과 관련해 사과를 했다. 지난 1월 신년연설에서는 내곡동 사저 문제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2월에는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측근 비리에 대해 처음으로 에둘러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