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너나 할 것 없이 재벌세, 출자총액제한제, 순환출제 규제 부활 등 강도 높은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됐다고 판단한 것. 정부정책의 불합리한 점을 조목조목 꼬집으면 합리적인 여론형성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이번 토론회를 마련한 계기였다.
실제 이날 토론회에서는 "표를 얻는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경제에는 안좋다", "정부가 국민 배아픈 걸 달래주려고 하다가 배가 고파질 수 있다"(최병열 한경연 원장) "삼성은 계열사가 300개는 돼야 하는 것 아니냐"(황인학 박사)는 등 보수파 경제인들의 기세등등한 발언이 쏟아졌다.
하지만 가장 많은 박수를 받는 등 분위기는 소수파가 주도했다. 포문을 연 것은 중소기업연구원의 김세종 박사였다.
김 박사는 "대기업이 얼마나 많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철수했는 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면서 "실제로는 순대 등 몇몇 업종에서밖에 철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이 힘쓰셔서 상당히 많이 제외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안철수 교수 기부 등과 관련해 소신있는 발언으로 세간의 눈길을 끌었던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힘을 보탰다.
그는 "하지만 재벌총수가 감옥에 산 적이 별로 없다"며 "이게 안되다보니 문제의 핵심을 잡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가 내놓은 해법은 이른바 재벌 해체. 그는 "너무 크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계열분리 명령제나 계열분리청구제의 도입, 환상형 순환출자 해소를 검토해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 교수 발언이 끝난 뒤 다른 토론자들은 침묵을 지켰고 사회자는 "주제 발표를 들은 것 같다"고 평했다. 하지만 청자들 사이에선 의외로 박수 소리가 계속 나왔다.
행사가 끝난 뒤 한 참석자는 "재벌이 더 몸집을 키우고 후계자들도 그럴듯한 기업을 물려받으려 하다보니 이런 사단들이 났다. 전 교수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니 아직 재벌의 탐욕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많았다. 아무래도 재벌은 더 긴장하고,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