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은 지난 6월부터 나오는 연이은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 분당, 용인 등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확연해지고 있다. 현장에서 거래는 거의 멈췄고, 호가보다 수억원씩 낮춰 급매물을 내놔야 겨우 소화가 될 정도다. 심지어 부동산 대폭락론까지 대두했다.
주식시장도 안정 대책이 나오면 반짝 상승했다가는 금세 급락 장세로 돌아서기 일쑤다. 주식시장은 연초 대비 45% 가까이 하락했고, 원금의 절반을 까먹은 ‘반토막 펀드’까지 출현했다. 펀드 가입자들은 해지를 해야 할지 계속 들고 있어야 할지 불안해하고 있다.
Weekly Chosun은 과연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의 바닥은 어디인지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정부가 연일 ‘10·21 건설·부동산 대책’ ‘10·19 금융시장 안정대책’ 등 미국발(發) 금융위기 여파를 차단하려는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국내 부동산·주식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애초 위기의 원인이었던 미국 시장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증시는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등 각종 안정책으로 안정세를 되찾나 싶더니 지난 10월 21~22일 다우지수가 8%(746.22포인트) 하락하면서 8519.21포인트를 기록해 8000선으로 떨어졌다. 금융위기가 생산·고용 등 실물 부문으로 전염돼 기업 실적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퍼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안정책을 쏟아붓고 있는 한국 시장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지난 10월 21일 정부는 최대 2조원의 미분양 주택을 환매 조건부로 매입해주고, 건설사 보유 토지를 최대 3조원까지 사주는 등의 조치를 골자로 하는 ‘10·21 건설·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그간 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 건설사의 자금 사정을 덜어주자는 내용이었지만, 코스피지수는 사흘 연속 하락해 10월 23일 1049.71로 마감했다. 주가는 연초(1897.13) 대비 45%, 작년 10월 31일의 고점(2064.85) 대비 49% 빠진 상태다.
부동산
잇단 대책에도 약발 안 먹혀… 깡통·반값아파트 속출용인·분당 일부 20~30% 하락… 거래도 2년 전의 10분의 1
정부는 지난 6월 이후 ‘6·11 지방 미분양 대책’ ‘8·21 주택 공급기반 강화 대책’ ‘9·1 세제 개편’ ‘9·19 도심공급 강화 대책’ 등 한 달에 한 번꼴로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에선 오히려 투자 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특히 속칭 ‘버블세븐’(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용인·평촌) 지역 등 2000년대 중반 이후 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이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10월 17일까지 과천(-9.53%), 용인(-7.04%) 등의 하락세가 두드러졌고, 서울의 강남(-3.4%), 서초(-2.7%), 송파(-6.04%) 등 강남권과 강동(-5.58%), 양천(-2.56%) 등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서울의 노른자위인 강남의 분양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있었던 서울 반포의 래미안 퍼스티지 아파트 1순위 청약에서 102가구가 미달되는 일이 벌어졌다. 래미안 퍼스티지는 3순위 청약까지 받아서야 분양을 마감할 수 있었다. 지난 6월 분양한 반포 GS 자이는 최고 3.92 대 1의 청약 경쟁률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청약자의 38%가 계약을 포기하기도 했다. 중대형 면적은 부자들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고 소형 면적은 대출까지 끼고 분양을 받기엔 분양가가 높아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해석이다.
거래 시장에선 최근 집값 하락으로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과 대출금을 갚을 수 없는 ‘깡통 아파트’도 늘어가고 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80%까지 받을 수 있었던 2005년쯤에 과도한 대출을 끼고 집을 산 경우들이다.
법원 경매에선 최저 입찰가격이 감정 가격의 절반으로 떨어지는 ‘반값 아파트’까지 나오고 있다.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9월 중 전국 법원 경매의 낙찰가율은 81.9%로 4월 최고치였던 89.9%보다 8%포인트 떨어졌다. 용인이나 서울 목동의 일부 아파트의 경우엔 유찰이 거듭되면서 감정가의 51% 선에서 재입찰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경매 건수는 늘어나고 있다. 9월 중 전국 법원의 주택 경매 건수는 936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7496건)보다 25% 늘어났다.
시장에선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하면서 거래 자체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164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3852건)의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 또한 이는 지난 2006년 아파트 거래 건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적은 건수다. 서울의 경우 월간 거래 건수가 2000건 이하면 ‘급랭’ 상태로 볼 수 있다. 집값이 폭등하던 2006년 11월에는 2만884건이 거래되기도 했었다.
주식
연초 대비 45% 하락… 주식형 펀드들도 반토막
외국인 투자자 ‘대탈출’ 32조원 자금 회수해가
주식 시장의 침체에 따라 펀드 투자자도 고통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부동산의 경우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하락세가 눈에 띄진 않지만 펀드는 매일 평가 금액이 공개된다. 주식 시장이 연초 대비 45% 가까이 하락한 만큼 주식 투자 비중이 높은 주식형 펀드도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주식 등 자산 시장의 한파가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글로벌 신용경색(돈가뭄)이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대책을 내서 방향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신용경색이 오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에서 돈을 회수하고 있다. 주식 시장에선 연초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약 32조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회수했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은 주가 급락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기에 국내 금융 시장에까지 돈가뭄이 현실화되면서 부동산 시장도 충격을 받고 있다. 국내의 자금줄인 은행의 경우 글로벌 신용경색의 여파로 해외에서 외화 표시 채권 금리, 달러 콜(하루짜리 단기자금) 금리 등 모든 장단기 금리가 폭등하는 데다 환율까지 오름세를 보여 외화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단기 외화 자금의 롤오버(만기연장이나 차환대출)가 어려워지자 국내 시장의 자금도 말라갔고 은행채, CD(양도성예금증서) 등 은행 자금 조달원의 금리도 상승했다.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는 올해 4분기 26조원, 내년 1분기 25조원에 달해 은행채 금리가 연 8%대를 기록했다. CD 금리에 연동되는 주택 담보 대출 변동 금리는 최근 CD 금리가 연 6% 초반을 기록하면서 연 8% 중반을 웃돌고 있다. 대출 금리 상승은 부동산 시장에 실질적인 수요 감소를 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돈가뭄 해소가 관건… 정부 은행지원 나서
금융연구원 “정책 효과 나타나는 내년 하반기 풀릴 것”
정부는 지난 10월19일 외화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은행권에 1300억달러 규모의 외화 지원과 지급 보증을 약속했고, 10월 21일에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까지 동원해서 은행채를 매입해 은행권에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등 각국 정부도 구제금융과 유동성 공급 등의 명목으로 금융 시장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어 글로벌 자금 경색도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글로벌 신용경색이 지속되더라도 글로벌 공조 등에 따라 그 정도는 완화되는 추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그러나 본격적인 정책 효과가 발휘되는 내년 하반기나 돼야 현재의 극심한 글로벌 신용경색이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Weekly Chosun은 부동산·주식 시장 전문가 4명에게 “바닥은 언제쯤 올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부동산 시장은 대폭락이 온다는 의견과 내년 하반기쯤 회복될 수 있다는 의견으로 갈렸으며, 주식 시장은 연말쯤 안정세를 되찾을 것 같다는 의견과 내년 하반기쯤 상승세로 돌아선다는 의견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