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끝장개입

  • 등록 2008-10-08 오전 7:54:29

    수정 2008-10-08 오전 8:03:15

[뉴욕=이데일리 김기성특파원] 미국 정부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연일 터져나오는 초강도 대책에 정신이 없을 정도다. 일부 전문가들이 예상한 대로 7000억달러 구제금융은 마치 시작에 불과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날만 해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그동안 상상 조차 하지 못했던 `기업어음(CP) 매입`이라는 엄청난 카드를 내밀었다.

연준의 금리인하도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지금의 중립적인 통화정책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인하를 강력히 시사했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 열리는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또는 그 이전에 금리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뿐만도 아니다. 금융위기가 국경을 넘어 유럽과 아시아로 퍼져나가고 있는 만큼 각국 정부의 공조 움직임도 긴밀해지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상처가 깊어지고 있는 유로존이 난리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15개국이 미국 처럼 하나의 감독당국으로 묶여 있지 못한 탓에 미국과 같은 전면적인 구제금융 실행은 불가능한 상태지만 영국 아일랜드 독일 등이 각개 격파식 구제대책을 연일 내놓고 있다.

호주중앙은행과 이스라엘 중앙은행이 포문을 연 금리인하는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킬 분위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금융시장의 패닉은 좀처럼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을 위시한 각국 정부의 고강도 개입에도 불구하고 신용경색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고, 글로벌 주식시장은 연일 `블랙`이라는 접두어를 달고 있다.

각국 정부가 아무리 유동성을 풀어도 금융시장에선 돈이 제대로 돌지 못하고 있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신뢰성의 상실`이 그 원인이다. 현금이 일단 들어오면 꽉 쥐고 내놓지 않거나 안전한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안전자산선호현상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금융위기가 금융권을 넘어 실물경제로 깊숙히 파고들었다는 점이다. 주요 기업도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연준의 `CP 매입`이라는 유례없는 초강수는 월스트리트가 아닌 메인스트리트를 구제하기 위한 것이다.

더글라스 크리스토퍼 크로웰 위든 파트너는 "자본시장은 매우 경색돼 있다"며 "기업들은 엄청나게 할인된 가격에 외부 자금을 조달할 수 밖에 없다"고 신용경색의 현주소를 설명했다.

로버트 스팀프슨 오크어소시에이츠 머니매니저는 "CP 매입은 기업들로 하여금 차입을 다시 할 수 있도록 해 경기침체를 완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긍정론을 폈다.

소비도 사실상 죽었다. 알코아를 시작으로 개막된 미국의 3분기 어닝시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3분기 성장률이 제로나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제 미국의 경기후퇴(recession)는 논쟁거리도 아니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고, 내일도 관건은 단 하나다. 경제주체간 신뢰성 회복 여부다. 일부의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전방위 개입에 나선 이상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추가 개입은 지속될 게 뻔하다. "모든 권한을 총동원해 금융위기를 틀어막겠다"는 버냉키 의장의 최근 발언이 이를 예고하고 있다.

피터 카딜로 아발론 파트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금융시장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피터 부그바 밀러 타박 주식 전략가는 "앞으로 몇달동안 돈비가 내릴 것"이라며 "금융시장의 시스템적 붕괴 위험은 사라졌지만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기업 수익성 악화라는 두가지 문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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