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양극화 강남 "세입자 급구" 강북 "전셋집 급구"

신규 입주 쏟아져 강남권 전셋값 급락 분양잔금 마련 비상
뉴타운·재개발… 강북권 수요 급증 전셋값 치솟아
  • 등록 2008-08-05 오전 8:13:50

    수정 2008-08-05 오전 8:13:50

[조선일보 제공]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 사는 박모(여·36)씨는 2주 전 경기도 의정부시로 이사를 떠났다. 이유는 그가 살던 전농7구역의 재개발이 지난 5월 본격화되면서 연말까지 이주해야 했기 때문. 문제는 올 초까지만 해도 5000만원 정도였던 다세대 주택(방 2칸에 화장실 1개) 전세 보증금이 최근 8000만원까지 오른 것이다. 결국 박씨는 이를 감당하지 못해 가격이 좀더 싼 의정부시로 자리를 옮겼다.

반대로 송파구 잠실에 새 아파트를 분양 받은 오모(48)씨는 요즘 전셋값이 너무 떨어져 걱정이다. 최근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에 전세를 놓아야 하는데 전셋값이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오씨는 "앞으로 각종 세금에 추가부담금을 내야 하는데 전세금은 작년보다 무려 5000만원 이상 내려 앞으로 어떻게 자금을 마련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서울 지역 전세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강북권은 뉴타운·재개발로 이주 수요가 늘어났지만 전세 매물은 한정돼 있어 가격이 급등한 반면, 강남권은 잠실·반포를 중심으로 신규 입주물량이 동시에 쏟아지면서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강북에서는 세입자들이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으로 내몰리고, 강남에서는 반대로 집주인들이 분양 잔금을 마련하느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모습이다.

◆뉴타운·재개발에 전셋값 급등한 강북

오는 2015년이면 가재울뉴타운으로 변신할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다세대 주택. 방 3칸에 부엌 1개짜리인 이 집은 2~3달 전만 하더라도 4000만~4500만원에 전세 매물로 나와 있었다. 그러나 지난 6월 이 지역이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주민들이 이주를 시작하면서 전셋값은 6000만원까지 급등했다. 지난 5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동대문구 전농7구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올 초 4700만~5000만원 수준이었던 다세대주택의 전셋값이 6000만~7000만원까지 뛰어올랐다.

올해 서울에서 관리처분인가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택은 총 3만5606가구. 이 같은 이주 수요는 주변 지역의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자금 여력이 없는 세입자들은 경기 의정부·남양주시 등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규모 입주에 전세매물 넘치는 강남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K부동산중개업소. 직원이 매물을 관리하는 장부에는 '급(急)전세' 물량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지난해 준공한 잠실 3단지(109㎡) 전세금은 입주 한 달 전까지 3억원 정도였어요. 하지만 요즘 입주를 앞둔 잠실 1·2단지는 2억4000만원이면 충분히 얻을 수 있어요." K부동산 김모(여·47) 대표는 "엄청난 입주 물량이 동시에 나오면서 집주인들 사이에 세입자를 구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강남권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크게 떨어진 주 원인은 대단지 아파트의 신규 입주를 앞두고 전세 매물이 대거 쏟아졌기 때문. 올 하반기 잠실에서만 '파크리오'(6864가구), '리센츠'(5000가구), '엘스'(5678가구) 등 2만여 가구의 재건축 단지가 신규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올 하반기 이후 '반포 자이'와 '반포 래미안' 등 약 6000가구가 입주하는 서초구 반포 일대도 전셋값이 조금씩 떨어지는 모습이다.

서울 강남·강북 전세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하반기에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강북의 전세 수요는 대개 보증금 1억원 미만의 집을 구하려는 데 비해 강남의 전세 가격은 대부분 2억원대를 웃돌고 있어 강북의 전세 초과수요와 강남의 초과 공급이 서로 해소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올 초에도 강북권 전셋값이 이주 수요 급증으로 크게 올랐던 만큼 사업의 순차적인 추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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