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자 걸어갑시다” 또는 “저 걸어서 갑니다”

  • 등록 2006-12-29 오전 10:00:00

    수정 2006-12-29 오전 8:55:51

[지오텔 이종민 대표] 일본의 저널리스트 후타쓰기 고조가 지은 ‘걷는 습관이 나를 바꾼다’란 책을 읽노라면 모든 운동의 기본이 되는 운동인 걷기가 얼마나 물리적으로 또 생화학적으로 인체에 유익한 영향을 끼치는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가령 인체의 감정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가 원활하지 않을 때 사람이 쉽게 감정적이 되고 참을성을 잃어버리는 증상을 보이게 되는데, 일정한 리듬으로 걷기를 하면 세로토닌의 분비가 활성화 된다는 것이다.

또한 걸음걸이를 통해 상대의 첫인상을 보게 되고, 나아가 그 사람의 성격과 인품까지 판별된다고 하며 더 나가 올바른 걷는 습관을 통해 인격이 높아진다고 하니 허무맹랑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후에 필자가 실제로 수개월간 실험해본 결과 책 내용에 상당부분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이처럼 우리의 기술과 과학분야도 기초, 기본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하고 되짚어 본다. 특히나 요즘처럼 유행이 빠르게 변하고, 기술의 진보가 급격한 시대엔 시류에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할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이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는 현재 무선인터넷 솔루션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이쪽 분야에서 느끼는 것은 패션처럼 기술도 유행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업종에서 보면 기술이 모든 것을 지배할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상은 수 없이 많은 ‘말’, ‘유행’ 그리고 ‘트렌드’가 난무하고 있다.

예컨데 얼마 전까지 IT분야에서 컨버전스와 유비쿼터스라는 타이틀 없이 제품을 내놓기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 이후엔 UCC가 바턴을 이어받았고, 최근엔 풀 브라우징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런 장밋빛으로 치장된 유행은 필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을 유혹하는 한편,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남들보다 뒤쳐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단언컨대 유행은 진정한 기술이 아니다. 이런 유행이 있기까지엔 그전부터 쌓아온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지 어느 한 순간에 기술이 축적 되는 것이 아니다.

개중엔 간혹 유행과 트렌드로 화려하게 포장하여 소비자를 유혹하지만, 유행이라는 타이틀을 걷어내면 속빈 강정인 제품도 많다. 또 많은 유행이나 트렌드가 IT환경과 문화가 다른 해외에서 건너온 것들이 많기 때문에 발생하는 이질감도 작지 않다.

우수한 IT제품이라면 기본규격과 표준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수 없는 검증을 거쳐 오류 없이 견고해야 한다고 본다. 무결성과 안정성, 그리고 성능이 제품의 기본적인 덕목인 것이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이런 덕목보다는 유행이 강조되고 있어 깊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UCC의 예를 들어보자. UCC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전부터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는 존재해 왔고, 기술도 계속해서 발전해 온 것이다. 사용자 창작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더욱더 그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터넷 초창기부터 개념을 같이한 개인 홈페이지 게시판 등은 오늘날 UCC의 원조가 아닌가. 즉, UCC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UCC라는 용어에만 너무 호들갑을 떠는 듯한 느낌도 있다. 동영상관련 기술과 양질의 컨텐츠의 확보를 위한 인증, 유통체계 등 기초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 더욱 기본적인 과제가 아닐까?

이제부터라도 기본으로 돌아가도록 하자. 유행도 좋지만 기초가 되는 기술을 튼튼히 하고, 국제 표준에 대한 제안과 참여의 확대, 그리고 표준 규격의 구현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유행을 쫓기 보다는 오랜 기간 차분하게 준비하여 미래를 내다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내실 있는 설계와 철저한 품질 관리에 기반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국보 32호, 팔만대장경판이 700년간이나 잘 보존 될 수 있었던 것은 꼼꼼하게 좋은 나무를 선택하고, 소금물에 삶아 그늘에 말리는 작업이 있었던 선조들의 지혜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소 고집스럽기는 하지만, 충실한 기초에 대한 의지가 담긴 이 의미심장한 메시지는 오늘을 살고 있는 후손들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고 할 것이다.

이제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이 땅의 작은 벤처기업 대다수가 그렇듯이 어느 한해 순탄한 적이 없다. 우리도 금년에 코스닥이라는 쉽지 않은 관문은 통과 했지만 어려움과 고통은 여느 해 못지 않았다. 2007년, 무엇보다도 기초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한다.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마음으로 내실 있는 기술 개발을 도모하고자 한다. 새해부터는 이런 의미에서 아마 필자는 “자 걸어 갑시다” 아니면 “저 걸어서 갑니다” 란 말을 달고 다닐런지도 모른다.
 
이종민 대표
<약력>
서울시립대학교 및 동대학원 GIS전공 졸업
쌍용정보통신㈜ 근무
인천국제공항공사 근무
㈜지오텔 대표이사 (현재)
㈜지오텔
2000년 1월 주식회사 지오텔 설립
2003년 6월 MSN모바일서비스 세계 최초 상용화 성공
2003년 10월 한국 표준무선인터넷 플랫폼(WIPI) 상용화 성공
2005년 8월 메시징허브플랫폼 `쿨샷` 상용화 성공, 벤 처기업상 수상
2006년 8월 코스닥 상장
10월 벤처기업대상 국무총리상 수상,
11월 모바일기술대상 정통부장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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