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언어모델(LLM) 전문가 송민 대표에게 인공지능(AI) 기반 웹툰 제작 플랫폼 ‘오노마AI’를 설립한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그러면서 송 대표는 “웹툰은 앞으로도 ‘원 소스 멀티 유스’(OSMU) 시대의 중요한 고리로 자리잡을,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산업이다”라고 말했다.
웹툰은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웹툰의 한 화당 기본 컷수는 평균 70~80컷에 육박한다. 이를 위해선 최소 5명의 인력이 기획, 캐릭터 디자인·콘티·선화·채색·배경 등의 작업을 분업해 담당하는데,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자연스럽게 웹툰 전문 스튜디오 시스템 하에서 제작된 웹툰이 생산성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1인 창작자는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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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대표는 “K-웹툰의 글로벌 파급력이 강해지려면 독창적인 작품들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의 구조로는 생산성이 떨어진다”면서 “1인 작가들이 똑똑한 AI 비서를 데리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외에서도 비슷한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기술적인 측면에선 당당히 경쟁해서 이길 자신 있다”며 “웹툰에는 한국 고유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이걸 잘 살릴 수 있는 건 우리 기업 뿐이다”라고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 오노마AI는 지난해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서 인공지능 부문 혁신상을 수상하며 그 기술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서비스로 혁신상을 받은 최초의 사례로 해외 진출 가능성에도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오노마AI가 지난 8월 선보인 웹툰 스토리 기획 서비스 ‘패뷸레이터’는 간단한 키워드와 문장만 입력하면 AI가 세계관·캐릭터 시트·시놉시스·트리트먼트·시나리오를 구성해주는 도구다. 웹툰 제작 과정 중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기획 단계를 압축시켜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캐릭터를 ‘아티팩스’에 넣으면 구도나 자세, 상황 등 창작자가 입력한 텍스트에 따라 선화 형태로 변환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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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C부터 B2B까지 비즈니스 모델 구축
다만 아직 웹툰을 포함한 음악·소설·그림 등 예술 분야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창작자 및 소비자들의 반응은 분분하다.
송 대표는 “투툰이 기획 및 스토리 생성, 선화 단계까지만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한 이유도 작가와 독자의 반감을 고려한 것”이라며 “여러 컷에 걸쳐 일관된 채색을 입히는 과정은 사람이 직접 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AI가 모든 걸 다 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게 하기 위해 사람의 영역을 남겨뒀다”라고 말했다.
오노마AI는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를 넘나드는 탄탄한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다. 1인 창작자에게는 투툰에서 화폐로 통용되는 토큰을 판매하거나 월 단위 구독권을 판매한다. 또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뿐 아니라 투툰의 다양한 기능을 필요에 따라 부분적으로 공급하는 기업용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서비스까지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상태다.
오노마AI는 최근 시리즈A 라운드를 열고 재무적투자자(FI)를 모집하고 있다. 신규 투자를 유치하는 건 앞서 프리 시리즈A 투자를 받은 지 약 1년만이다. 이번 펀딩을 통해 30억원을 조달하고,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송 대표는 “투자를 받으면 좋은 인재들을 확보하고, 글로벌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