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희 父, 사망 전날에도…“현수막 만들 돈이 없어 걱정”

25년 전 실종된 송혜희 씨 찾던 송길용 씨
교통사고로 사망 전 마지막 통화에서 딸 걱정만
  • 등록 2024-09-02 오전 7:28:56

    수정 2024-09-02 오전 7:28:56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딸 현수막을 만들어야 하는데 돈이 없어 걱정이다”

송씨의 생전 모습. (사진=연합뉴스)
25년 전 실종된 딸 송혜희 씨를 찾던 아버지 송길용(71)씨가 교통사고로 사망 전까지도 딸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송 씨와 오랜 인연이 있다는 나주봉 ‘전국 미아·실종 가족찾기 시민의모임’ 회장은 ‘YTN24’에 출연해 “송 씨가 최근 급성심근경색증 시술을 받고 퇴원한 뒤 지난달 26일 트럭을 가지고 볼일을 보러 나갔다가 교통사고로 운명했다. 참 안타깝다”고 말문을 열었다.

나 회장에 따르면 송 씨와 송 씨의 부인은 1999년 2월 13일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딸 송혜희 씨가 행방불명된 뒤 생업을 포기한 채 전국을 떠돌아다녔다.

나 회장은 “(부부가) 생활이 어려웠다. 부인이 작고한 뒤 혼자 남은 송 씨가 실종된 딸을 찾으려고 현수막과 전단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폐지와 폐품을 수거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송 씨는 ‘실종된 송혜희를 찾아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전국 곳곳에 걸 수 있었다.

나 회장은 “사망 하루 전에 송 씨에게 전화가 왔다. 현수막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돈이 없어 걱정하는 말을 하고 이후론 연락이 없었다”며 “그러다 현수막 제작업체 사장님에게 부고 소식을 듣게 됐다”고 전했다.

송 씨는 평소 나 회장에 ‘내가 먼저 죽으면 우리 혜희를 꼭 찾아달라’는 부탁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송 씨가) 트럭에 크게 (딸) 사진을 붙여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며 “술·담배도 모두 끊고 ‘혜희를 못 찾으면 못 죽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송 씨가 전국에 뿌린 전단만 해도 1000만 장, 현수막은 1만 장 가량이 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오고 있다. 그는 1t 트럭에 현수막과 전단을 싣고 100만㎞가량을 주행하며 전국 방방 곳곳 다니며 딸을 애타게 찾았다. 심지어 무인도를 샅샅이 뒤지며 딸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

송 씨가 살던 단칸방에도 송 씨의 의지가 담긴 ‘나의 딸 송혜희는 꼭 찾는다’라는 가훈이 걸려 있었다고 한다.

나 회장은 “2~3주에 한 번 만날 때마다 송 씨가 ‘내가 먼저 죽으면 우리 혜희를 꼭 찾아달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에게 남기는 유언이었던 것 같다”고 비통한 마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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