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진 연준 매파에 꼬리 내린 비둘기…멀어지는 금리인하

'비둘기 거장' 굴스비마저도 꼬리 내려
'매파' 카시카리 "금리 높일 가능성 40%"
'중립' 윌리엄스도 "필요하면 금리인상"
3월 근원PCE 상승률 2.6%..연준 스탠스 못 바꿔
  • 등록 2024-04-21 오전 9:41:06

    수정 2024-04-21 오후 9:10:18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인플레이션 한 달 지표로 너무 많은 해석을 할 수는 없지만, 3개월 동안 이런 것은 간과할 수 없다.”

연방준비제도(연준) 내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거장’으로 통하던 오스탄 굴스비 미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마저도 19일(현지시간) 꼬리를 내렸다. 그는 작년 말부터 연준의 정책이 ‘골디락스’(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경제)를 만들고 있다며 시장에 금리 인하 기대감을 증폭시켰던 인물이다. 경기 침체 없이도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다(gold path)고 목소리를 냈고, 제롬 파월 의장도 그를 동조했다. 실제 작년 말까지 미국 경제가 탄탄하면서도 물가가 둔화할 조짐이 보이자 연준 내 매파의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석 달간 인플레이션 수치가 3%대에서 고착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그는 “불확실성이 있을 때 가장 중요한 규칙은 ‘데이터 도그’(Data dogs)가 계속 냄새를 맡도록 하는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우리가 (금리를) 움직이기 전에 기다리고 확실히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중립적인 입장으로 바꿨다. 연준 내 비둘기의 실종이다.

오스탄 굴스비 미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AFP)
중립 윌리엄스도 매파로…“필요하면 금리 인상”

연준 내 비둘기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최근 매파들의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연준의 금리 전망에 분명한 변화가 있음을 시사한다.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지난 1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올해 이후로 금리 인하를 연기할 가능성을 재차 언급했다. 그는 ‘금리 인하가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어쩌면(potentially)”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2%로 내려갈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필요한 만큼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잡기 위해 금리를 상당한 수준으로 더 높여야 할 가능성도 40% 정도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연준 내 중도파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마저도 매파로 돌아섰다. 그는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세마포(Semafor) 세계 경제 서밋’에 참석해 “추가 금리 인상은 기본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데이터가 우리의 목표(2%)를 달성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하고 싶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공개시장운영 업무를 수행하는 뉴욕 연은을 책임지고 있어 영향력 면에서 연준 내 실질적인 2인자로 꼽힌다.

최근 연준 이사들의 주요 발언(그래픽=이미나 기자)
연준 내 매파의 목소리가 강해지면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지도 점차 좁아졌고, 그 역시 ‘비둘기’ 색채를 지워버렸다. 그는 지난 16일 “올해 2% 목표치에 대한 추가 진전이 부족하다”며 “목표치를 향한다는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존 예상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연준은 지난 3월 FOMC에서 점도표를 통해 올해 세 차례 금리인하 전망을 유지했지만, 19명 위원 중 9명은 두 차례 금리인하를 전망했다. 즉,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전망한 위원 9명 중 단 몇 명만 입장을 바꾸면 연준의 올해 금리 인하 전망 폭은 두 차례 이하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나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려면 FOMC 참가자 19명의 만장일치가 있어야 가능한데, 이 같은 분위기라면 연내 단 한 차례 인하 가능성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월가의 눈높이도 대폭 낮아지고 있다. 20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6월 FOMC 회의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16.6%에 불과하다. 7월 인하 가능성은 40.6%, 9월 인하 가능성도 64.5% 수준에 그치고 있다. 18일 한때 6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1.7%로 반영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사라졌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사진=로이터)
3월 근원PCE 상승률 2.6%…전월보다 소폭 상승 전망

시장은 26일 발표될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를 주목하고 있지만, 긍정적이지는 않다. 월가는 변동성이 큰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3월 근원PCE가 전년동기 대비 2.7%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월 상승률(2.8%)보다 소폭 느려진 수치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3%로 2월 상승률과는 같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같은 수치로는 연준이 스탠스를 바꾸기엔 한계가 있다.

바클레이스의 조나단 밀러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이번 미국 경제가 얼마나 탄력적인지 계속해서 놀라고 있다”며 “강력한 성장세에 연준 정책이 큰 변화를 가져올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밀러는 과거 6월부터 연준이 세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는 9월 단 한 차례 인하만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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