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 한국 경제가 1%대 잠재성장률 하락 위험에 직면하면서 장기 저성장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빠르게 식는 원인은 저생산성과 저출산으로 압축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대추락을 걱정해야 할 것이다.
|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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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저생산성과 저출산은 오히려 악화됐다. 펌프는 고장났는데, 마중물만 계속 부은 격이다. 윤석열 정부의 개혁도 마찬가지다. 일부 불합리한 면을 시정한다고 해도 저생산성과 저출산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 재정지출을 늘리자는 일부의 주장은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일 뿐이다. 구멍 난 배는 먼저 고쳐야 한다. 저생산성,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와 사회 안전망 확보, 적극적 인구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
저생산성의 문제를 치유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 원인인 과도한 규제의 철폐다. 손발을 묶어놓고 경기에서 이길 수 없다. 왕성한 경제활동을 보이고 있는 미국을 규제 완화의 기준으로 삼는 방법이 가장 합리적이다. 지금은 규제를 만드는 공무원이 큰 소리 치는 세상이지만 앞으로는 규제 필요성을 공무원이 소명하는 식으로 ‘게임 체계’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못하는 선수를 교체하지 않으면 경기에서 이길 수 없는 법이다. 경제 활동을 자유화하는 한편, 고용·해고·노동시간을 더 유연화해야 한다.
물론 실천이 쉽지 않다. 규제 완화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생계를 위협받는 사람도 생길 수 있다. 사회안전망은 그 자체가 ‘정의’이기도 하지만, 규제 완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특정 개인의 소득이 최저생계비 등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를 정부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등 ‘부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 도입이 필요하다.
저출산은 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체계적이되 거칠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돌봄서비스, 양질의 일자리 공급 등 경제정책 프로그램도 필요하지만 이민정책도 재정비하고 인구청과 같은 총괄조직도 신설해야 한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정해져 있다. 끝없는 내리막길이다. 하지만 제대로 개혁하면 다시 도약할 수 있다. 문제가 심대할수록 해결할 때의 잠재적 이익도 크기 때문이다. 저생산성과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하고 수레의 방향을 오르막길로 바꿔야 한다. 유능한 정치 집단이 개혁 프로그램의 패키지를 만들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면 가장 좋다. 당장 기대할 수 없다 하더라도 정치권에게 개혁 실행을 계속 요구하면서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개혁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를 계속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