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라도 현 정부가 3대 개혁에 진심을 다해 진력하는 모습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어려운 길을 택한다는 점에서 옳은 길이기도 하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개혁에 드는 시간은 최대한 줄이면서 질은 높이는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시간을 끌수록 개혁의 성과는 떨어지고 저항과 국민의 피로감은 높아진다. 그렇다고 속도전만 강조하면 본질적 개혁은 하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게 된다. 이 개혁의 성과가 가까운 미래에 평가되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는 질에 대한 평가도 반드시 뒤따를 것이다. 빠른 성과를 위해 졸속으로 개혁했다는 평을 듣지 않기 위해선 시작 단계에서 방향성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이제는 노동, 교육, 연금 각각의 분야별 방향성과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하나씩 결정을 지어가야 할 시간이다. 서두르되 원대한 목표와 단계별 세심함이 요체이다.
연금개혁의 경우 ‘많이 내고 적게 받는’ 쪽으로 바꾸면 재정 건전성도 좋아지고 지속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어 좋다. 학계에선 현행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점진적으로 15%로 올리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고 혹자는 22%까지 올려야 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현재도 한 가구가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각종 세금과 연금 보험료는 평균 60만원에 육박한다. 최근 3년 새 21% 늘어난 수준이다. 이 사이 가계소득은 13.2% 증가했지만 물가상승분을 뺀다면 3.5% 증가한데 그친다. 그런데 가계의 조세 부담을 더 늘린다면 가처분 소득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고 그에 따른 저항이 거세져 개혁의 앞길이 순탄치 않게 될 것은 자명하다. 휴! 국민연금 15~22%, 건강보험료, 장기요양보험료, 고용보험료, 거기다 세금…. 인상만이 올바른 방향인지에 대한 깊은 천착이 필요한 이유다.
노동개혁은 21세기형 AI, 스마트 환경에 적합한 전세계적 일자리 경쟁시대의 도래와 함께 글로벌 채용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미래형 노동기준이 절실하다. 주52시간제, 최저임금제를 부분적으로 손보는 수준을 개혁의 본질로 봐선 안 된다. 경제발전 초기에 채택된 노동법제의 대강을 완전히 새로 써야 한다. 미래 세대가 일할 노동시장 환경을 할아버지 세대의 노동법으로 규율하려 들면 일하는 사람과 고용하는 사람이 모두 힘들다. 노와 사, 노와 노 사이의 이중구조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을 향해 완전히 개방된 노동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개혁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공장형과 지식형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노동법’으로의 전면적 개정이 바른길이다.
또한 교육감 직선제로 인해 각 지역별로 분절돼 있는 교육시스템이 야기하는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교육감은 장관 임명제로 가는 것이 맞다. 이 작은 나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문제가 지역별로 갈기갈기 찢어져서야 되겠는가 하는 우려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었다. 학년당 2만명도 안되는 학생을 위해 17개의 분절된 교육행정이 필요한가? 교육 산업 종사자를 위해 구조조정 또한 선제해야 한다. 궁여지책의 대책으로 보이는 학급당 학생수를 얼마까지 줄이려 하나, 이로 인한 인당 비용 증가의 결과는 무엇일까도 생각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변화의 속도와 폭이 심상치 않다. 바꿔야 할 때 바꾸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과오를 범하게 된다. 세계사 속에서는 아무도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지금 연금, 노동, 교육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아들, 딸들이 닥쳐오는 거대한 파고를 온몸으로 맞게 된다. 나와 우리, 그리고 모두를 위해 세대와 지역과 이념의 차이를 넘어 윤석열 정부 3대 개혁의 성공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