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260일 지하철 투쟁”…‘꺾이지 않는’ 전장연 사태, 어떻게 푸나

작년 무산된 ‘장애인 권리예산’, 올해도 요구 계속
“주말·공휴일 뺀 모든 날에 4호선서 선전전”
기재부는 예산증액분 삭감·오세훈은 ‘무관용’
물리적 충돌까지…“정부·서울시, 갈등해결 노력 더해야”
  • 등록 2023-01-04 오전 6:45:58

    수정 2023-01-04 오전 6:45:58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장애인 권리예산 확대 등을 요구 중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올해 주말·공휴일을 제외한 모든 날에 지하철 4호선에서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하겠다고 3일 선언했다. 새해 첫 출근날이었던 전날 벌인 선전전을 서울교통공사, 경찰 등이 ‘원천봉쇄’하자 이날은 ‘게릴라성’ 선전전으로 응수하기도 했다. 작년 한 해 지하철 승객들의 원성을 자아낸 전장연의 지하철 투쟁이 올해도 똑같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나, 정부와 지자체는 강경대응만 고수 중이다. 전장연의 투쟁방식에 대한 비판이 이는 가운데 갈등을 풀기 위한 정부·지자체의 노력도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3일 오전 11시 40분께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1박 2일 간의 지하철 행동 해단식을 가졌다.(사진=황병서 기자)


“4호선서 260일 ‘지하철 선전전’ 진행”

전장연은 이날 오전 11시 40분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이 근처에 있는 삼각지역을 포함한 4호선 구간에서 올해 주말·공휴일을 뺀 260일 동안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선전전 장소는 매일 당일 오전 8시에 공지하겠다며 “4호선 이용객들께 무거운 마음으로 죄송함을 표하지만, 예상되는 지체시간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8시께엔 4호선 성신여대역에서 기습 지하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초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했다가 공지 없이 일정을 바꿨다.

전장연은 그러면서 올해 4대 주요 요구 사항으로 △장애인 이동권보장 △최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 △장애등급 진짜폐지·탈시설권리보장 △장애인 평생교육권리보장을, 4대 입법 과제로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중증장애인고용촉진특별법 제정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지하철 선전전을 252일,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141일을 벌이면서 요구했던 내용과 같다. 예산과 입법을 담당하는 정부와 국회에서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까닭에, 전장연은 앵무새처럼 똑같은 요구를 외치며 투쟁하는 중이다. 전장연은 지난해 장애인 권리 예산을 1조3044억원을 증액해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고, 여야가 6653억원을 증액키로 잠정 합의하자 지하철 선전전을 멈출 수 있단 뜻을 시사했다. 그러나 ‘예산안 증액’ 권한을 가진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당초 증액요구분의 0.8%수준인 106억원만 반영되자 전장연은 지하철 투쟁을 재개했다.

전장연은 추경호 기재부 장관과의 면담 일정이 잡힌다면 선전전을 잠시 멈출 수 있다고 했지만, 면담이 성사되더라도 기재부 측에서 전장연을 다독일 ‘약속’을 내놓을 가능성은 낮다. 결국 이대로면 ‘무관용 원칙’을 천명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교공, 경찰 대 전장연의 갈등은 올해 내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전장연 활동가가 3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지하철에 탑승하기 위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사진=황병서 기자)


“정부·서울시, 말로만 약자와의 동행?”

출근길마다 이들의 승강이를 마주해야 하는 시민들의 원성이 극에 달하는 가운데, 양측간 물리적 충돌에 따른 피해도 빚어지고 있다. 전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과 삼각지역에서 지하철에 타려는 전장연 활동가들을 서교공 직원·경찰이 막아서면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구기정 삼각지역장이 돌진하는 휠체어에 부딪혀 119 구조대가 출동해 병원에 후송됐다. 전장연의 한 비장애인 활동가는 손가락 뼈가 깨졌다.

전문가들은 출근길 승객을 볼모삼는 전장연의 시위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하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고 있는 정부와 서울시의 책임도 크다고 꼬집었다. 예컨대 장애인 권리 예산 확대의 ‘로드맵’을 제시하는 등 설득 작업이 필요하단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장연의 요구를 다 들어주라는 게 아니라, 소통하면서 분위기를 가라 앉히고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전장연의 행동 방식만 가지고 문제 삼고 진압하려고 한다면 그들의 행동은 더욱 험악해지고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결국 갈등 해결의 실마리는 정부와 서울시가 쥐고 있는 만큼, 이해와 소통을 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위의 이유가 정당해도 방법 자체가 올바르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서울시가 장애인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면서 “장애인들의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어떤 조치를 하겠단 건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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