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점거래 '기대는 있는데'…증권사 반응 미온적 이유는

26일부터 국내 소수점거래 허용…대형 증권사 대부분 서비스
투자자 연령 낮아지면서 수요 존재…"증시 활성화 기대 있어"
투심 악화·수수료 등으로 당장 눈에 보이는 실효성엔 의문
  • 등록 2022-09-21 오전 6:05:00

    수정 2022-09-21 오전 6:05:00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대학생 A씨는 지난해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 중 일부로 주식 투자를 하다 보니 LG화학(051910)(20일 종가 기준 63만원)처럼 50만원이 넘는 고가의 주식은 살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LG화학 주식 0.1주만 사는 것도 가능해진다. 국내 주식도 소수점거래가 가능해지면서 6만3000원만 들여도 LG화학 주식을 매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수점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시장을 외면하고 있는 ‘동학개미’가 다시 시장으로 관심을 돌릴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다만 최근 증시 변동성이 워낙 극심한 데다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소수점 거래가 증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증권사들 역시 대부분 이달 말부터 소수점거래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지만, 일단 서비스를 개시한 뒤 시장 반응을 보고 추가 이벤트 시행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달 말부터 서비스 시작될 듯…“투자자에겐 기회”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 소수점거래가 오는 26일부터 허용된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국내 대부분 증권사들은 전산 작업이 마무리되면 국내 주식 소수점거래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주식을 1주 단위가 아닌 소수점 단위로 쪼개서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소수점거래가 시장의 관심을 끈 가장 큰 이유는 투자자들의 연령이 과거보다 낮아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동학개미 운동’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했고, 특히 이들 중 젊은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늘어난 신규투자자 762만명 중 20~40대는 503만명(66.07%)에 달한다. 최근 2년간 증시로 유입된 투자자 3명 중 2명은 20~40대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금융 자산 형성 초기가 대부분인 이들은 고가 우량주를 사는 데 한계가 있어 소수점거래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유동성 개선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소수점거래는 기업의 액면분할과 같은 효과를 내 기업의 가치나 이익 등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유동성을 늘리고 거래를 활발하게 만드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밖에 소액 투자자 입장에서는 같은 자금으로 분산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게 된다는 이점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분산투자라는 금액적인 기회를 포함해 기회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덩치가 큰 주식들이 먼저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시 상황 나쁘고 실시간 거래 어려워…“수혜 당장 기대안해

다만 소수점거래가 시작된다고 해서 당장 증시 활성화에 눈에 띄는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 서비스 준비를 시작 중인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당장 실효성이 있다고 보진 않지만 비싼 주식에 대한 수요가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라고 보고 우선 서비스를 시행하려는 것”이라면서 “당분간 시장 반응을 보고 앞으로 대응을 결정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증권사들 역시 9월 말부터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긴 하지만 26일부터 당장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한 KB증권을 제외하면 다른 증권사들은 구체적으로 시행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 역시 “서비스 준비와 함께 이벤트도 준비 중인 상황이긴 하다”면서도 “기대가 어느 정도 있긴 하지만 최근 증시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고 우려를 보였다.

소수점거래 특성상 실시간 거래가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일반적으로 소수점거래는 1주를 만들기 위해 고객 주문을 모아 거래소에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실시간 거래가 쉽지 않다. 즉,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본인이 원하는 시간과 가격에 주식을 매매하는 것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 셈이다. 또 수수료 역시 일반 주식거래보다 비쌀 가능성이 높다. 이미 주식투자에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장주식펀드(ETF) 등 분산투자가 가능한 대체 수단이 있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수점거래 자체가 증시 활성화에 엄청나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면서 “소수점거래 자체가 작은 금액이다 보니 전체 거래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증시 상황에 관계없이 주식시장 분위기 자체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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