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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12년 1월과 이듬해 4월 B씨 사이 출생한 혼외자 C군에게 자신이 사망했을 경우 본인 소유 부동산 일부 중 20억원 상당의 금액을 증여한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해 B씨에게 줬다. 이후 A씨는 2013년 5월 B씨에게 채권최고액 15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도 했다.
그러다 A씨와 B씨 관계는 파탄됐고, A씨와 C군 사이 관계도 단절되는 상황에 놓여졌다. 이에 A씨는 2015년 2월 서울가정법원에 친생자관계존재확인소송을 제기했고, 같은해 11월 법원은 C군을 A씨의 친생자로 인정하는 동시에 A씨가 C군 성년까지 월 200만원의 양육비를 B씨에게 지급하도록 하고, A씨의 면접교섭권을 인정하는 임의조정을 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사인증여는 비록 계약이지만 증여자가 사망하기까지는 수증자에게 확정적인 지위 또는 권리가 발생하지 않고, 증여자 의사에 따라 언제든지 철회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B씨 측 항소로 이어진 항소심도 1심과 결론을 같이했다. 항소심은 “우리나라 민법 규정은 사인증여에 대해 철회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면서도 “유증의 철회에 관한 민법 제1108조 제1항이 원칙적으로 사인증여에 준용될 수 없으나, 예외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사인증여에 준용될 수 있다. 이 사건 사인증여계약은 예외적으로 철회가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소송전은 상고심까지 이어졌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대법원은 “유증자는 그 유증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증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며 “사인증여는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해 효력이 발생하는 무상행위로 그 실제적 기능이 유증과 다르지 않으므로, 증여자의 사망 후 재산 처분에 대해 유증과 같이 증여자의 최종적인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법원은 항소심에서 사인증여의 철회를 예외적인 경우로 본 판단은 적절하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대법원은 “증여자가 사망하지 않아 사인증여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임에도 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철회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며 “사인증여의 철회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 부분은 부적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