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혈관경화요법과 레이저치료, 고주파 전기치료 등을 동원해 비교적 쉽게 치료하지만 1995년까지만 하더라도 방치되기 일쑤였다. 질환에 대한 인식도 저조했지만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그저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중국 진출 1세대로 다롄에 분원 열어 의술 전수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성형외과 전문의 자격을 획득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10년 가까이 여느 성형 전문의처럼 코를 높이고 쌍꺼풀을 예쁘게 잡아주는 수술로 제법 명성을 얻었다.
그러다 1995년 어느 날 진료실에 한 중년 부인이 찾아와 “내 다리에 보기 싫은 혈관을 없애주세요”라는 부탁을 받은 후 이 질환을 고치면 미용적 개선은 물론 혈관을 비롯한 전신 건강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미 현미경 미세혈관수술로 단련돼 있던 그는 독일을 수십 차례 왕복해 선진 혈관경화요법 및 혈관수술 기법을 배우고 아시아 최초로 이 시술을 했다. 1995년부터 26년이 흐른 지금 4만건이 넘는 시술을 했다. 초창기에는 ‘기적의 마술사’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호평받았다. 1999년 10월에는 독일 브레멘서 개최된 세계정맥학회 좌장을 맡았고 2001년에는 대한정맥학회를 창립해 지금처럼 하지정맥류 시술이 보편화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심 원장이 안정적인 성형미용을 버리고 개척자로 나선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0년에는 난치병으로 엄두를 내지 못했던 림프부종 치료에 도전했다. 암수술 환자의 30%에서 유방암 수술 후에는 팔이, 자궁암 수술 후에는 다리가 붓는 질환이다. 수술 직후 또는 수년 후에 발병해 방치하면 평생을 간다.
심 원장은 하지정맥류 수술을 통해 쌓은 혈관과 림프를 다루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림프절 미세수술 대가인 프랑스의 코린 베커 교수를 사사하고 이후 독창적인 ‘림프흡입 복합수술’을 개발했다. 림프배액술, 미세림프수술, 지방흡입수술, 줄기세포시술 등의 장점을 접목했다.
◇40여년간 치료 사각지대 찾아 …희망 선사
림프부종 수술은 2010년부터 시작돼 코로나19 유행 직전까지 미국, 영국, 중국 등에서 수십 명의 외국 환자가 찾아올 정도로 이름을 날렸다. 다만 코로나19로 여행이 제한되면서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다. 치료에 성공한 환자들은 다리가 3배 이상 부어 어디에도 가지 못할 정도로 흉하고 불편했는데 심 원장의 수술 후 ‘새 삶’을 얻었다고 극찬하고 있다.
그해 가을부터 의료계에 알린 ‘호아타요법’은 마이크로암페어(㎂) 수준의 미세전류(정전기)를 3000V의 고전압으로 쏴주는 방식이다. 기존 전기신경 자극기(TENS)가 100∼150㎃의 동(動)전기를 흘려보내 자극이 전달되는 깊이가 얕다면 호아타는 피부 깊숙이 전기에너지가 침투해 섬유근육통 등 거의 모든 난치성 통증, 만성피로나 당뇨병 등 대사질환, 허리·어깨·관절 등 근골격계질환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심 원장은 “모든 병든 세포는 세포 내 음전하가 정상보다 크게 부족한 상태”라며 “호아타요법은 통증과 염증을 수반한 모든 질환에 개선할 수 있고 원인이 불분명하거나 너무나 많은 난치성 질환군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40여년 의사인생 중 3분의 2가 치료 사각지대를 찾아 개척하고 난치병에 새로운 희망을 안겨준 기간이다. 그는 “호기심이 많고 레드오션보다는 블루오션을 찾아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하지정맥류, 림프부종에 이어 통증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하고 있는데 보람을 느낀다”며 “지금은 신개념 통증치료기인 호아타 확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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