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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섣부르게 대응하는 건 실수가 될 겁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14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물가가 너무 많이 오를 경우 연준은 전면적으로 통화정책을 변경할 것”이라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파월은 오는 15일 상원에 한 차례 더 나간다.
파월 의장의 언급은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같은 긴축을 본격화하는 건 아직 이르다는 의미다. 돈을 당분간 더 풀겠다는 것이다. 그는 “물가가 너무 많이 상승하면 정책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통화정책 변경을 위한 경제 회복을 위해)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주장했다.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면모를 재차 확인한 것이다.
‘비둘기파’ 면모 재확인한 파월
이날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7.3% 상승했다. 2010년 11월 통계 산출 이후 최고치다. 전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5.4%)이 13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진지 하루 만이다. CNBC는 “CPI에 이어 PPI가 예상보다 많이 올랐다”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오를 수 있다는 또다른 신호”라고 전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눈에 띄게 높아졌고 추후 몇 달간 계속 오를 것 같다”면서도 “이는 일시적인 요인 때문”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경제 회복을 완료할 때까지 통화정책을 통해 강력한 지원을 할 것”이라고도 했다.
파월 의장은 다만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은지 확인하는 게 영원히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테이퍼링을 하기 전에 많은 안내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파월 의장의 완화 유지 언급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하락했다. 1.415%에 출발해 장중 1.348%까지 떨어졌다. 개장 전 나온 P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훨씬 웃돌았음에도 파월 의장의 발언이 국채금리를 누른 것이다. 글로벌 회계법인 그랜드 손튼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초저금리에 익숙해졌다”며 “파월 의장은 이를 굳이 바꾸려 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형주를 모아놓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12% 오른 4374.30에 마감했다. S&P 지수는 장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앤서니 곤잘레스 공화당 하원의원(오하이오주)는 연준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두고 “‘한동안(for some time)’이 말하는 기간은 얼마나 되나”라고 따져물었다. 연준은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0%를 한동안 넘어서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AIT를 최근 도입했는데, 이는 정책적 모호성 탓에 일각에서 비판 받고 있다.
“테이퍼링 전 많은 안내 제공할 것”
파월 의장은 아울러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달러’를 발행할 경우 가상화폐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해 주목 받았다. 그는 “미국의 디지털화폐가 생긴다면 스테이블코인도, 가상화폐도 필요 없어질 것”이라며 “디지털 화폐에 찬성하는 강한 논거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가상화폐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연준은 디지털 연구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거쳐 9월 초 CBDC 연구 보고서를 공개할 것”이라며 “(발행을 서두르기보다)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