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귀환 오세훈…정치적 부활 성공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불발로 사퇴한 지 10년만에 복귀
2016년·2019년·2020년 정계 복귀 시도 번번이 실패
나경원·안철수·박영선, 차례차례 꺾으며 역전 드라마 써내
시장 취임 직후 부동산 세금 동결·공급 확대 등에 속도낼 듯
  • 등록 2021-04-08 오전 6:00:00

    수정 2021-04-08 오전 6:00:00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제38대 서울시장으로 서울시청 재입성에 성공했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불발로 시장직에서 내려온 이후 10년 만의 화려한 복귀다.

오 당선인은 방송3사 출구조사 발표 직후 “정말 감사드린다. 기대감을 갖고 지켜볼 수 있도록 지지해준 유권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취재단)
승승장구하던 정치인생, ‘무상급식’ 암초 만나 내리막길

오 당선인은 보수의 희망이자 개혁 정치가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강남을에 출마해 정계에 입문한 것.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서울시장에 취임하면서 탄탄대로를 달렸다. 2010년에는 재선에 성공하며 민선 최연소이자 최초의 연임 서울시장이란 타이틀을 독차지했다. 하지만 오 당선인은 2011년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며 소득 상위 계층 아이들의 무상급식에 반대했다. 이를 위해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로 승부를 시도했으나 투표율 미달로 개표가 무산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10년 동안 서울시장의 자리는 민주당의 차지였고, 정권도 바뀌었다.

이후 그의 정치인생은 가시밭길이었다. 시장에서 물러난 직후 오 당선인은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한 뒤 귀국해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석좌교수를 지내며 활동했다. 그는 2016년 종로에 출마하며 정계 복귀를 시도했으나 정세균(현 총리) 민주당 후보에 막혀 좌절됐다. 이어 2019년에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나섰으나 황교안 전 대표에 막혔으며 작년에는 서울 광진을에 도전했지만,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 후보 캠프에 합류한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세 번의 역전승…기적의 드라마 주인공

오 당선인은 방향을 선회했다. 대선을 포기하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기로 한 것. 그러나 이마저도 그에게는 쉽지 않았다.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란 큰 산을 넘어야 했다. 1차 여론조사에서는 1위 자리를 나 전 원내대표에게 내주며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국민의힘 최종후보를 뽑는 본경선 여론조사에서는 1등에 오르며 역전 드라마를 썼다.

이어 진행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도 그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범야권 후보 중 안 대표에 비해 지지율에서 열세였다. 하지만 희망은 있었다. 당내 경선에서 나 전 원내대표를 꺾자 소위 ‘오세훈 바람’이 불면서 지지율이 급등했다. 결국 야권단일화 여론조사에서도 그는 안 대표를 이기는 파란을 일으켰다. 두 번 연속 역전의 주인공은 오 당선인이었다.

오세훈 바람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는 원동력이 됐다. 여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며 오 당선인은 여론조사 내내 박 후보와 20%포인트 안팎의 압도적 우위를 지켰고 결국 본투표에서도 승리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실 선거 초반만 해도 박 후보의 지지율이 높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 당선인은 세 번의 승부에서 모두 역전승을 기록한 셈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범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지난 3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부동산 민심 달랠 ‘공급 확대·세금 동결’

오 당선인은 부동산 업무에 무게를 두고 시정을 이끌어 갈 전망이다. 오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부동산’을 전면에 내세웠다. 공시지가가 대표적이다. 그는 서울의 공시지가 급등으로 62가지의 세금이 덩달아 오른다며 동결을 중앙정부에 요구하겠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공식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지난 6일 노원구 유세에서 “서울에서 공시지가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이 노원구”라며 “시민들 지갑이 얇아졌다. 서울시장이 되면 공시지가를 1년 동안 반드시 동결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주택 공급도 대폭 늘릴 예정이다. 오 당선인은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18만 5000가구 등 3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한강변 35층 규제 폐지는 물론, 국토계획법보다 낮게 설정된 서울시 주거지역 용적률을 상향하고 일반주거지역 7층 이하 규제도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오 당선인은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를 찾아 “지난 10년 동안 박 전 시장이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물량을 천천히 물 흐르듯 소화해 냈다면 집값이 이렇게 오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재건축이 이뤄져야 할 잠실주공5단지를 비롯한 재건축 물량들을 차근차근 주변 집값을 자극하지 않으며 해냈을 것”이라며 “여러분의 10년 한을 제가 반드시 풀어드리겠다”고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의지를 드러냈다. 이밖에 경전철 건설과 안심소득 시범사업 등 교통·복지 등에서도 박 전 시장과 차이점을 드러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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