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 6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서울 용산역 철도 정비창 부지(약 51만㎡)에 주택 8000가구(공공·민간 분양주택) 규모의 ‘미니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하자 얼어붙었던 용산 일대 부동산이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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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을 기점으로 용산 일대의 부동산매수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 부동산규제 정책과 코로나19 장기화 영향 탓에 하락세를 거듭하던 아파트 시세도 호가 상승과 함께 급반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아파트 매매동향을 보면 5월 첫째주 용산 집값은 0.06% 떨어졌다. 지난 3월30일 마이너스(-) 0.01%에서 주간별로 0.04~0.06%씩 6주 연속 떨어지며 낙폭도 커진 상태다. 작년에만 누계 1.67%나 집값이 떨어졌다.
그러나 개발소식에 매수심리가 살아나는 분위기다. 정비창 부지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지에 포함됐다가 자금난 등으로 2013년 사업이 좌초된 이후 7년만에 용산 역세권 복합개발이 가시화했기 때문이다.
이번 정비창부지 개발사업으로 공공주택과 민간 분양가상한제 공동주택 8000가구가 들어선다. 이 중 5000~6000가구는 일반 분양, 나머지 2000~3000가구는 임대주택으로 공급될 계획이다. 8000가구는 3기 신도시 과천지구(7000여 가구)보다 규모가 크다. 이와 함께 오피스·호텔·쇼핑몰 등 상업·업무시설과 마이스(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등 국제 전시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 용산구 이촌로2가(서부 이촌동)의 A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용산개발 발표 이후부터 투자문의 전화나 손님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며 “한강조망권이 있는 아파트 위주로 호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촌동 북한강성원아파트(340가구·1997년8월 준공)의 최근 실거래가(전용 60㎡·중층 이상 기준)는 11억2500만원~11억3000만원 선이지만 현재 호가 11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강남권 주거수요 대체 쉽지 않을 것”
다만 이번 용산개발로 주변 부동산에 미치는 시세 영향이 애초 국제업무지구 개발만큼의 파급력은 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규모 업무지구와 고급주거지 보다는 중소형 면적 주거위주 개발에 그칠 가능성이 커서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서울 한복판 금싸가기 땅에 ‘원룸촌’이 웬말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용산역 인근 C공인은 “국제업무지구로 개발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주거밀집지역으로 개발한다고 하니까 실망감이 없지는 않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용산개발에 따른 큰 폭의 시세상승을 바라는 눈치는 아니다”며 “주변 인프라가 지금보다 나아진다는 생각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애초 용산개발은 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 53만3115㎡에 높이 102층(665m) 초고층 빌딩과 20~70층 높이의 30여 개 국제업무 및 상업·문화·주거용 고층 빌딩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과거 국제업무지구 개발만큼 대규모 업무지구와 고급주거지가 조성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돼 개발의 위상이나 파급력이 다소 제한적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며 “과거보다 주거의 평면도 중소형 면적 위주로 개발될 확률이 높아 강남권 주거수요의 대체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