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순진(52)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최근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너무 낮다”며 이렇게 말했다. 시민 입장에선 어떤 요금이든지 인상을 거론하는 건 불편한 얘기다. 윤 교수는 그러나 오랜 기간 정부 억제로 왜곡된 현 전기요금체계 개편은 더는 미룰 수 없는 문제라며 전기요금 정상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 산업부 소속 공공기관인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윤 교수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이렇게 밝혔다
그는 “전기요금은 생산원가나 송·배전 비용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고 용도에 따라서만 나뉜다”며 “전기사용 효율성을 왜곡하는 정부의 정책 결정과 인위적 개입을 줄이고 수요-공급이 만나는 곳에서 시장 가격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전력(015760)공사(이하 한전)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중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전은 많은 분야에서 전기요금이 원가 미만으로 떨어진 만큼 합리적인 개편작업을 거쳐 지속 가능한 요금체계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요금인상을 전제로 한 개편이다. 반면 정부는 산업 경쟁력 약화, 물가인상 부담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어 추진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음은 윤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전기요금 ‘정상화’ 필요성을 줄곧 언급해 왔다. 정상화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
△전기 생산원가는 요금에, 전기 생산에 따른 사회·환경비용은 세금에 각각 반영해야 한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정책적으로 억제하고 있어 정상이 아니다. 너무 낮다. 사회·환경적 비용은 물론 원가조차 제대로 반영이 안 된다. 전기 관련 세금도 전력산업기반기금이라고 해서 3.7%만 준조세인 기금 형태로 내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사회·환경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 전기 소비 효율 개선을 위한 투자나 의지를 만들 수 없다.
-전기요금이 너무 낮아서 사람들이 전기를 아끼지 않는다는 뜻인가
|
△현 전기요금 체계는 용도별로 주택·일반·산업·농업·교육·가로등용 6개로 나뉘고 또 여기서 사용량이나 고·저압, 계절·시간대별로 다르다. 이 과정에서 생산원가나 송·배전 비용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고 용도에 따라서만 나뉘는 것이다. 전기사용 효율성을 왜곡하는 정부의 정책 결정과 인위적 개입을 줄이고 수요-공급이 만나는 곳에서 시장 가격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한전은 요금제 외에도 연 1조원이 넘는 다양한 특례할인 제도를 운영한다
△전기요금은 전기요금 대로 가고 특례할인 같은 현 제도는 복지로 푸는 게 맞지 않을까 한다. 그래야 전기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복지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론 낭비 요소가 없어야 한다. 현재 전기 생산의 약 40%는 석탄화력발전, 30%는 원자력발전이다. 이는 기후변화 위기와 원전 위험으로 이어진다. 발전 방식을 재생가능에너지로 바꾸려 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전기 소비를 놔둔 채 전환만을 추진하는 건 경제적이지 않다.
-전기 낭비의 예를 든다면
△농업부문이 힘든 건 사실이지만 그 문제를 전기요금 할인으로 푸는 게 맞을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농사용 전기요금이 너무 낮다 보니 전기 사용이 날로 늘고 있다. 시설 내 온도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가온 재배나 수막재배, 저온저장시설 등이 대표적이다. 전기 난방도 갈수록 늘고 있다. 전기는 큰 전환 손실을 감수하고 우라늄이나 석탄을 가열해 생긴 열 에너지로 만드는데 이렇게 만든 전기를 다시 열로 바꿔 쓰는 건 낭비다. 산업용 전기도 마찬가지다. 철강회사들이 고철을 녹이기 위해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로 방식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기요금이 낮다 보니 열을 만드는 데에도 전기라는 최고급 에너지를 쓰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전기만 많이 먹고 일자리도 창출 못 하는 자동화 데이터센터를 국내에 유치하려는 것도 마찬가지다.
-요금 인상을 반가워할 대중은 없다.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태양광·풍력발전도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와 지역 주민과의 갈등을 유발한다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은 중앙집중형이던 기존 대규모 발전시설과 달리 전국적으로 퍼진 분산형 체계이다보니 갈등이 늘어날 수 있다. 지역 주민으로선 없던 발전시설이 들어오니 당연히 반발한다. 태양광 패널의 중금속 오염처럼 잘못된 정보 문제다. 그러나 환경에 훨씬 더 민감한 선진국도 이를 수용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갈등을 풀 해법이 있다면
△지역 주민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설득·대화해야 한다. 외지인이 투자해서 이익을 가져간다면 지역 주민은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다. 사업 추진단계에서부터 주민이 참여·주도하게 하고 그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가치를 공유하면서 이익을 나눈다면 수용성도 자연스레 커질 것이다.
윤순진 교수는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이사장 △한국기후변화학회 이사 △서울대 사회학과 학사 △미국 델라웨어대학교 대학원 도시문제와 공공정책학 석사 △델라웨어대학교 대학원 환경에너지정책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