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가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함으로써 갈수록 악화되는 요즘의 고용 상황을 드러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758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4% 늘어났다. 올 들어 7개월 동안 무려 5차례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실업급여 수령자도 12.2% 증가한 50만명 규모로 집계됐다. 일자리를 잃고 실업수당에 의존해 생계를 꾸려가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에 대해 고용보험 가입자가 늘어나 신청 대상자가 많아진 결과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고용보험 신규 가입자 증가율보다 실업급여 신청자 증가율이 훨씬 더 높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출범 후 지금까지 본예산과 3차례의 추경으로 약 76조 6000억원을 일자리 사업에 쏟아부은 걸 생각하면 무책임한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실업자도 실업자려니와 직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해서 크게 나을 것도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임금 근로자가 금융권에서 빌린 돈은 1인 평균 4076만원으로, 전년보다 281만원(7.4%) 늘어났다. 집값이나 자녀 교육비, 생활비 등에 충당됐을 것이다. 연체율도 전년보다 증가하는 추세다. 월급쟁이 가운데서도 상당수가 빚을 제때 갚지 못하고 팍팍하게 살아가는 현실을 말해준다.
무엇보다 영세업자 비중이 큰 부동산, 건설 분야 근로자들의 연체율이 높다는 것이 걸린다. 특히 숙박·음식점업 종사자들의 연체율은 0.24% 포인트나 올라 가장 많이 뛰었다. 가뜩이나 경기가 침체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자영업이 몰락하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취약계층이 저소득·저신용의 늪에 빠지면서 빚 부담에 허덕이는 상태로 추락할까 우려된다.
미·중의 경제전쟁과 일본의 경제보복 등 대외환경이 악화하면서 경기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고용사정은 앞으로도 나빠질 가능성이 크고 사회의 허리 역할을 하는 샐러리맨들은 채무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현실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역할이다. 일자리 창출과 임금 상승을 위해서도 기업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