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중단 '펙사벡' 전문가들 "성공 기대 낮았다"

6월 국내 간 학술대회서 펙사벡 연구결과 전무
임상참여 교수 "발표 할 게 없다" 말 아껴
임상참가 자격 까다로워 환자 구하기 어려워
허가도 좁힌 환자군 대상으로 받을 수밖에
  • 등록 2019-08-06 오전 6:00:00

    수정 2019-08-06 오전 6:00:00

바이러스 기반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임상 중단 권고를 받은 신라젠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무용성 평가 결과를 보충 설명하는 긴급 간담회를 개최,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임상시험에 실패한 항암신약 ‘펙사벡’과 관련, 성공 가능성에 대해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임상시험 참여 기준이 까다롭다 보니 환자를 모으기 어려워졌고, 허가를 받아도 약을 쓸 수 있는 환자 상태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부산에서 간 관련 통합학술대회인 ‘리버위크 2019’가 열렸다. 대한간학회, 한국간담췌외과학회, 대한간암학회, 대한간이식연구학회 등 간 관련 국내 학회들이 공동으로 여는 학술대회지만 24개국 270여명의 해외 전문가를 포함해 1300여명이 참가할 만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행사다. 하지만 리버위크 2019에서 발표된 629건의 연구결과 중 펙사벡과 관련한 연구결과는 전무했다. 대학병원 교수는 “임상시험 중이긴 하지만 동물실험 등 기초연구나 중간결과 발표 등 펙사벡을 전문가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아무런 연구결과 발표가 없어 의아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펙사벡 임상시험 참여 교수는 “뭐가 나와야 결과를 발표할 것 아니냐”며 “환자를 찾기 어렵고 효과도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펙사벡은 임상2상의 고무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3상으로 발전했다. 당시 임상2a상에서 고용량 투약 환자가 저용량 투약 환자보다 전체 생존기간이 늘어나는 결과를 보였다. 이 중 암이 사라진 ‘완전 관해’ 상태를 보인 환자도 나왔다. 하지만 기존 간암치료제인 넥사바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 12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2b상에서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개발사인 신라젠(215600)은 ‘넥사바후 펙사벡’ 병용요법과 넥사바 단독요법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임상3상을 디자인했다. 펙사벡을 먼저 쓰거나 단독으로 쓰면 환자의 치료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FDA의 의견 때문이다. 이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말기상태이면서 △간기능이 좋고 △간암 크기가 작아야 한다. 펙사벡 임상시험에 참여 중인 한 대학병원 교수는 “말기 간암 환자 중 이런 조건의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다”며 “이런 식으로 대상 환자를 좁히면 결국 그런 환자들만을 위해 허가가 좁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애초 임상3상 계획은 2015년부터 2017년 10월까지 2년간 환자 600명을 모집해 2019년 10월까지 관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환자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아 환자 모집기간은 2018년 10월로 한 번 연장됐다. 당시 회사 측은 중국에서의 임상시험에 기대를 걸었다. 중국은 전체 간암환자의 50%를 차지할 만큼 환자를 구하기 쉽고, 중국의 임상시험 참여 기관이 10곳에서 30곳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모집기간은 1년 늘었지만 전체 임상시험 기간은 2019년 10월로 바뀌지 않았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병용약물인 넥사바의 아시아인 중간 생존값(6.5개월)을 고려한 것”이라며 “펙사벡이 유의한 결과를 얻으려면 넥사바보다 최소한 3개월 이상의 추가 생존기간만 확보하면 되기 때문에 전체 임상시험 기간은 변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 대학병원 교수는 “넥사바의 아시아인 중간 생존값은 인종별 차이보다 아시아에서 증상이 심한 환자가 더 많이 등록됐기 때문”이라며 “같은 기관에서 진행한 인종별 차이 연구에서는 인종 간 차이 없이 중간 생존값이 10개월 이상이었다”고 반박했다. 펙사벡은 결국 환자모집을 끝내지 못했고 임상시험 중지를 권고받은 현재는 전체 기간이 2020년 10월로 늘어나 있는 상황이다.

펙사벡은 현재 임상시험이 중단된 상황이다. 독립기구인 DMC(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가 지난 2일 1차 충족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임상3상 중단을 권고했고 신라젠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신라젠은 다른 암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요법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신약개발 전문가는 “신라젠의 문제는 연구인력이 너무 자주 바뀌다 보니 초기의 개발과정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지 못했고 연구·개발(R&D)에서 생기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가진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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