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말살 범죄 '리벤지 포르노' 유포…실형은 8.7%뿐

'최대 징역 5년'에도 벌금형 55%·집유 27%…실형 8.7%
구하라씨 사건 계기로 법원에 처벌강화 목소리 높아져
檢, 최고형 구형 방침…"양형 가중사유로 참작해야"
  • 등록 2018-10-09 오전 8:30:00

    수정 2018-10-09 오전 8:30:00

(자료=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캡쳐)
[이데일리 이승현 송승현 기자]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지난 9월 13일 내연관계인 유부남 A(42)씨와 합의 하에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컴퓨터로 재생한 장면을 휴대전화로 찍어 A씨 부인에게 전송한 혐의(성폭력특별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 등)로 기소된 이모(26·여)씨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환송했다.

현행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카메라나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유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이용촬영은 다른 사람의 신체를 직접 촬영하는 행위만 처벌 가능하다”며 “모니터에 나타난 신체를 촬영해 유포하는 행위는 성폭력처벌법에 규정한 촬영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대법원이 성폭력처벌법 조문에만 집중해 지나치게 축소 해석한 탓에 오히려 가해자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회에서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처벌의 대상이 되는 촬영물에 ‘촬영물을 재촬영한 것도 포함’하는 내용의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걸그룹 출신 구하라씨와 그의 이전 남자친구 쌍방폭행 사건에서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영상물)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되면서 가해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불법 촬영·유포 범죄를 막기 위해선 사법부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아이돌 그룹 카라 출신인 구하라(27)씨의 남자친구 A씨가 17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법 촬영·유포에도 실형 8.7%…‘솜방망이’ 처벌에 분노

8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4일 올라온 ‘최**과 이하 비슷한 리벤지포르노 범들 강력징역해주세요’ 청원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21만 7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청와대의 답변요건을 충족했다. 청원자는 “리벤지 포르노 찍고 소지하고 협박한 모든 사실관계의 가해자들을 조사하고 ‘징역’ 보내달라”며 “가벼운 징역 거부한다, 벌금 처벌 거부한다. 찍었다가 지웠어도 징역보내달라”고 했다.

현행 성폭력처벌법은 피해자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촬영된 영상을 유포한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서로 합의 하에 촬영을 해도 사후에 피해자 의사에 반해 유포한 경우에 징역 3년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을 규정한다.

그러나 불법 촬영 혐의로 실형을 받은 사례는 10명 중 1명도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성폭력처벌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1심 판결 현황’을 보면 2012~2017년까지 피고인 총 7446명 가운데 자유형(실형)은 647명으로 8.7%에 그쳤다. 벌금형 선고가 4096명(55%)으로 가장 많았고 집행유예 2068명(27.8%), 선고유예 373명(5%) 등의 순서였다.

불법 촬영 혐의 피고인은 2012년 239명에서 2013년 933명, 2014년 1327명, 2016년 1720명, 2017년 1753명 등 매년 늘고 있다. 이 기간 전체 피고인 7446명 가운데 남성이 약 99%(7371명)를 차지했다.

“신고 활성화·피해자 보호 위해 처벌 강화” 목소리

현재 리벤지 포르노와 같은 불법촬영 및 유포범죄에 대한 대법원 양형기준은 없다. 다만 가해자의 반성과 피해자와의 합의, 가해자의 젊은 연령, 초범 등을 이유로 실형 선고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피해자 상담팀장은 “신고를 했는데 벌금이나 집행유예를 받는다면 2차보복 피해가 우려된다”며 “신고를 활성화하고 (신고의)장애물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강한 처벌이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에서는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1일 검찰에 피해자가 식별되고 주요 신체부위가 노출되는 불법 영상물 촬영 및 유포 범죄에 대해 원칙적으로 법정 최고형인 징역 5년을 구형하도록 지시했다.

법무부는 또 피해자를 인지할 수 있는 촬영물을 유포하는 범죄와 영리 목적으로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범죄는 벌금형을 제외해 오직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장윤미 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리벤지 포르노는 인격을 말살하는 범죄다. 영상이 제 3자에게 전달될 수 있는 가능성만 있어도 (피해자는) 일상생활에서 공포를 느끼게 된다. 양형에서 가중사유로 참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한 당사자 처벌이 약한 것도 문제지만 이미 올린 영상이나 사진을 제 3자가 재유포하는 것을 법적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라며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몸짱 싼타와 함께 ♡~
  • 노천탕 즐기는 '이 녀석'
  • 대왕고래 시추
  • 트랙터 진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