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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중구 명동 일대에서 만난 한 로드숍 화장품 가맹점주의 표정엔 걱정이 가득했다. 이날은 연이은 폭염에 소나기까지 겹치며 명동 거리에서 흔히 마주치는 외국인 관광객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지난 3일 고용노동부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올린 시간당 8350원으로 고시한 후 처음 맞는 월요일이었다.
최근 로드숍 화장품 가맹점주들은 연이은 악재에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며 1차 타격을 받았다.
그나마 올해부터 사드 보복 조치가 어느 정도 완화됐지만,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이나 백화점 고급 화장품 브랜드 매장을 주 구매처로 삼으면서 기저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
실제로 LG생활건강(051900)은 고급 화장품 브랜드 ‘후’의 판매 호조로 올해 사상 최대 상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상반기 LG생활건강 매출은 3조31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성장했다. 후의 국내외 매출은 올해 7월까지 1조원을 넘어섰다.
올 상반기 매출 2조7753억원을 올린 아모레퍼시픽(090430) 역시 고급 브랜드 ‘설화수’로 상반기 매출을 견인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전체 매출액의 34% 이상이 설화수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로 인상되며 로드숍 가맹점주들은 그야말로 ‘삼중고’에 시달리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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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기가 조금 후미지긴 했어도 예전엔 관광객들이 여기까지 꽉 들어섰는데, 오늘만 해도 첫 방문객이 취재진이다”라며 “매출은 줄었는데, 인건비는 오르니 우리같이 빚내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죽으란 거다”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최저임금 인상이 비단 가맹점주들에게만 악재로 다가온 것은 아니다. 피고용자들 역시 최저임금 인상으로 좌불안석이긴 마찬가지였다.
로드숍 가맹점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화장품 업계는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업계에서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해왔지만, 가맹본사도 실적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원방안은 새롭게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직영점의 경우 정부 시책에 맞춰 임금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최저임금 인상이 시행만을 남겨두자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 소상공인들이 단체 행동을 예고하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24일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를 출범했다. 이달 중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 ‘소상공인 119 센터’를 설치하고 민원을 모아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들은 현재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을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