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⑦현대카드 '카드팩토리' 가보니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용카드 잡학사전]
여의도 한복판 빌딩 9층에 위치
로봇팔이 카드 골라 고객정보 입력
2중 보안, 2중 검수...오류없이 척척
고객들, 카드 받으러 왔다 관람도
  • 등록 2018-04-20 오전 6:00:00

    수정 2018-04-20 오전 6:00:00

현대카드 카드팩토리 전경. 왼편에 복층으로 된 관망대 밑으로 카드 검수대가 놓여 있다. 오른쪽 흰색 꼬깔 모양 전등 갓은 공장 굴뚝을 형상화한 것이다.(사진=현대카드)
현대카드 카드팩토리 내부. 왼편에 각종 카드가 로봇팔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 화면으로 이날 공장 공정률이 표시돼 있다.(사진=현대카드)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18. 여의도 한복판에 들어선 이 건물 9층은 공장이다. 로봇팔이 분주하게 제품을 실어나르고 벽면에는 하루 공정률을 나타내는 대형 전광판이 노동자를 채근한다. 현대카드 카드팩토리(card factory) 풍경이다. 현대카드 모든 제품은 여기서 만들어 배송한다.

공장은 일반에 공개한다. 다른 카드사는 카드 제작 공정을 비밀에 부치는데 현대카드만 유일하게 보여준다. 현대카드 고객은 현장에서 신청하면 2인을 동반해 3인까지 입장할 수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에 공개해서 오후 4시에 닫는다. 2015년 8월 연 이래 지난 17일까지 3만1000명이 다녀갔다.

대신 입장이 까다롭고 일부는 접근이 제한된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곳이라서 제작 공정 과정에 참여할 수는 없다. 기술집약된 카드가 외부에 노출되면 고장 날 염려도 있다. 현대카드 직원이라도 사전 조율 없이는 공장을 드나들지 못한다. 1층과 9층에서 두 차례 보안 요원에게 신분을 확인하고 방문 목적을 밝혀야 한다.

다만 공장에 마련된 제한된 동선만으로 제작 과정을 살피기는 충분하다. 천장이 높은 공장 중앙에는 복층 형태로 관망대를 뒀다. 여기 오르면 카드 공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생산라인은 `ㄷ`자 모양으로 짜였다. 카드 제작은 제작 의뢰를 받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제작팀은 심사를 통과한 고객 정보를 넘겨받아 로봇팔에 제작 지시를 내린다. 공장 벽면 쪽에는 모든 종류의 현대카드가 선택을 기다린다. 로봇팔은 고객이 신청한 카드 한 장만 집어 올려 카드 제작대에 옮긴다. 제작대로 넘어온 카드는 마그네틱과 IC칩에 고객 정보를 삽입한다. 카드번호와 유효기간도 엠보싱(embossing·양각)한다.

현대카드 카드팩토리에서 로봇팔이 고객이 신청한 카드를 골라내는 모습.(사진=현대카드)
1차 제작을 마친 카드는 검수 작업에 들어간다. 고객이 신청한 카드는 맞는지, 카드번호는 옳게 새겼는지, 고객정보는 제대로 들어갔는지 등을 확인한다. 기계가 먼저 보고 사람이 눈으로 다시 본다. 이 과정을 거친 카드는 포장 봉투에 싸여 배송을 기다린다. 헷갈리지 않게 카드 종류에 따라 봉투 색깔을 다르게 한 게 특이하다. 제작 라인 쪽은 길이 닫혀 있지만, 검수와 포장 라인 쪽으로는 길이 나 있어서 더 가깝게 볼 수 있다.

포장이 끝난 카드 일부는 현장에서 고객이 직접 찾아간다. 여태 1만7000명이 이렇게 카드를 받아갔다. 공장을 견학하러 일부러 오는 고객도 있지만 카드를 찾으러 온 김에 둘러보는 고객도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카드를 빨리 받으려는 고객이 이용하곤 한다”며 “막 결혼한 부부가 신혼여행 떠나는 길에 카드를 받아 공항으로 간 적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신용카드사도 현대카드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카드를 직접 만든다. 고객 정보 유출 탓에 외주를 주기 어려운 탓이다.

그러나 엄밀히 카드사는 카드를 제조하는 게 아니라, 제조된 카드를 받아다가 제작하는 것이다. 모든 카드사는 공(空) 카드를 밖에서 떼어온다. 공 카드 제조업체는 카드사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마그네틱선과 IC칩까지만 입힌 카드를 넘긴다. 카드는 내구성을 고려해 재질이 센 PVC(Poly Vinyl Chloride) 플라스틱을 쓴다. 얼핏 보면 한 장 같지만 보통 플라스틱 다섯 겹을 겹쳐 만든다. 공 카드 제조사 바이오스마트에서 일하는 이우술 차장은 “비자와 마스터는 물론 ISO에서까지 매년 하는 심사를 통과해야 제품을 납품할 수 있다”며 “보통 기술력으로 공 카드를 제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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