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학교에 보내기 두렵다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학교 석면, 미세먼지에 최근 서울 방배초등학교에서 인질극까지 벌어지면서 열악한 교육 환경에 자녀를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럼에도 교육부·교육청 등 교육당국은 근본 대책 없이 땜질식 처방만 내놓거나 현실적인 어려움만 하소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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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공사 후 잔재물이 더 위험
지난해 12월 겨울방학 동안 석면 제거 작업을 완료한 전국 1227개 초·중·고등학교 중에서 무작위로 201개교를 선정해 학부모와 전문기관이 합동 조사한 결과 43개교에서 석면 잔재물이 검출됐다.
실제 서울 덕수초는 석면 제거·철거 공사를 진행한 뒤 일반교실과 특별실의 석면 잔재물 조사를 진행한 결과 채취한 시료 90개 중 23개 시료에서 석면잔재물이 검출됐다. 석면 검출률이 25.5%나 되자 학부모의 투표로 오는 15일까지 임시 방학 중이다. 서울 인헌초는 석면 공사 후 석면 중에서도 발암성이 강한 청석면과 갈석면이 나왔다. 학부모 항의에 인헌초는 지난달 2일부터 휴업한 뒤 정밀청소를 마친 이달 2일에야 학생들이 정상 등교했다.
겨울방학 기간 급하게 이뤄진 석면 제거 공사에 부모들은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석면 제거 공사를 해도 잔재물이 나오는 날림공사가 오히려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당국 미세먼지 대책으로 공기청정기를 교실에 설치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실효성 없는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도모씨(43)는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끊임없이 뛰고 활동하는데, 창문 밀폐하고 공기청정기 1~2대 돌린다고 해서 효과 있을지 의문”이라며 “공기청정기 필터도 갈아주고 환기시설도 해야 하는데, ‘공기가 나쁘니 청정기 놓는다’는 손쉬운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공기청정기를 두는 것으로 미세먼지를 해결할 순 없고, 학부모의 불안감을 조금 해소할 뿐”이라며 “실효가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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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방문 예약제 실효성 의문
최근 방배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인질극 사건을 놓고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단순히 학교 보안관 개인의 관리소홀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3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기자간담회에서 학교 안전 관리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교육청 차원에서 학교 사전방문 예약제를 조속히 도입해 학교 방문자의 철저한 신원관리를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인질극 사건이 벌어지기 전인 올해부터 학교방문 사전 예약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10개 학교에 시범으로 운영하고 있다. 해당 학교 학부모들은 이달말부터 이 앱을 통해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학교를 방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도 외부인의 출입을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학부모 도모씨는 “학부모들이 아니라 외부인이 문제인데 학부모만 통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실효가 낮은 정책으로 예산만 낭비하는 것 아닌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교육청·경찰청과 협의해 단기적인 대책과 중장기적 대책을 논의하는 중”이라며 “다만 학교 출입 통제는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고, 생각도 달라 쉽게 결론짓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