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바꾸는 세계관광]'해외관광 큰 손' 유커 모셔라…아시아·태평양 지역 공항 178곳 더...

'중국인 모셔라' 아시아태평양 178개 신규공항 건설 계획 수립
유커 빅데이터도 누적…10년 후 직업 4개 중 1개는 관광업 관련 전망도
  • 등록 2018-02-20 오전 6:00:00

    수정 2018-02-20 오전 6:00:00

[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중국인 관광객은 세계 관광업계를 바꾸는 가장 큰 요소로 거듭나고 있다.”(탈렙 리파이 유엔세계관광기구 사무총장)

중국 내 중산층이 급증하며 해외로 떠나는 유커가 늘어나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유엔 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중국인들의 해외 관광 지출액은 2611억달러(281조7300억원)를 기록했다. 전세계 관광 지출액의 21.4%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2위인 미국(1236억달러·10.1%)을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무서운 건 이들의 성장세다. 글로벌 투자기관인 CLSA는 중국 관광객이 2021년께엔 해외에서 4290억달러(462조8900억원)를 지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여행지 역시 한국과 일본, 홍콩, 대만 등 가까운 국가부터 미국과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최근엔 북극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유커들이 선뜻 지갑을 여는 만큼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분투 중이다. 전세계 택시가 중국인을 위한 통역 시설을 준비하는 건 기본이고 서울 명동에서는 중국에서 보편화된 전자상거래 결제 서비스를 도입해 유커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중국인이 세계 관광업을 먹여 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급증하는 중국인에 …개발도상국은 공사 중

최근들어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은 중국인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공항과 리조트 설비 확대 공사에 한창이다. 태국의 수도 방콕에는 수완나폼과 돈무앙 공항이 있지만 방콕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받기엔 역부족이다. 관광 산업은 태국 경제 전체에서 18%를 차지한다. 2016년 기준 880만명의 해외 관광객이 들어왔는데 이 관광객 네 명 중 한명은 중국인이다. 게다가 이들이 쓴 돈은 전체 관광수익의 28%에 달한다. 태국 정부는 해외여행객 수용력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해 50억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엔 2월 기준 178개 신규공항 건설 계획이 잡혀 있으며(지방 공항 포함) 이미 수백 곳이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국가 주도하에 리조트 공사가 한창인 곳도 많다. 지난해 1~8월에만 140만명의 중국인이 찾은 인도네시아는 발리와 같은 관광지를 10곳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014년 취임 당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7%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지난해 기준 GDP 성장률은 5%에 불과하다. 결국 조코 대통령은 관광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이들의 고객은 당연히 중국인이다. 아리프 야흐야 인도네시아 관광장관은 “우리는 10개의 발리를 건설하는 것은 물론 중국에 주요 광고도 두 배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며 “관광객 수를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중국을 타깃으로 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항이나 리조트 등을 건설하려는 공사가 한창이다 보니 동남아 국가들의 건설업이나 건자재, 부동산 산업도 살아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선 이번 리조트 건설로 일자리가 지난해 1180만개에서 내년께 1300만개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년 뒤 전세계 직업 4개 중 1개는 관광업 연관” 전망도

개발도상국 뿐만 아니라 선진국도 바뀌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스마트폰에 익숙한 중국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빠르게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리서치회사 포커스라이트의 더글라스 퀸비는 “중국은 모바일 혁신과 응용 부문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며 “변화의 중심엔 인터넷과 스마트폰, 그리고 빅데이터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인터넷정보센터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중국의 인터넷 사용인구는 7억7198만명으로 이 중 97.5%(7억5265만명)가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을 사용한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전자결제서비스나 바이두를 통한 지도 서비스 등이 보편화되며 중국에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호주 시드니 국제공항은 지난해 9월 제1터미널의 정보를 바이두 애플리케이션(앱)에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미 바이두는 북유럽이나 일본, 태국 등지의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시드니공항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공항 내 상가 정보와 쿠폰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2015~2016년 호주를 방문한 중국인들은 전년 대비 22.3% 증가했고 체류기간 동안 90억달러(9조7100억원)를 소비한 만큼, 중국인의 입맛에 맞는 정보가 매출을 좌우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드니공항의 총 책임자인 스튜어트 래트레이는 “바이두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중국인들에게 더 편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호주 관광업계가 중국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전략을 펴고 있다는 의지를 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유커가 관광업 빅데이터를 주도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Ctrip)은 중국인 여행자들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하고 있는데 여기엔 호텔이나 비행기표 예약, 관광지 티켓 등을 판매한다. 이 업체는 막대한 중국인의 성향을 바탕으로 세대별로 선호하는 비행 출발 시간이나 호텔 스타일은 물론 소비 패턴 등을 분석한다.

제나첸 씨트립 마케팅 책임자는 “수백만명의 중국인의 정보를 읽고 모니터링한다”며 “이 빅데이터는 미래 관광업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사용자들은 여행지에 도착해 정보를 검색한 후 식당을 가고 쇼핑을 하지만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검색 조차 필요없는 미래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관광업은 여타 업종보다 ‘선호’가 강하게 반영되는 만큼 중국인 관광객의 움직임을 파악해 수요를 읽는 게 미래 빅데이터의 기반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세계 여행·관광협의회는 10년 후엔 전세계에서 창출되는 직업 4개 중 1개가 관광업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관광업은 건설과 운송 등 1·2차 산업부터 스마트폰·빅데이터 등 미래산업까지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큰 얘기다.

탈렙 리콰이 사무총장은 “현재 14억 중국인의 6%만 여권을 가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유커들의 잠재력은 훨씬 크다”며 “그들이 전세계 관광업을 보다 풍부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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