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쇼핑 업계가 ‘거래액’을 놓고 입씨름이 한창이다. 업계 후발주자 사이에선 ‘거래액 최고치 달성’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선 ‘신빙성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제표상 잡히지 않아 얼마든지 왜곡할 수 있다. 투자유치를 위한 홍보전략”이라고 했다.
우위 선점위한 ‘출혈경쟁’ 지속
이처럼 업계 거래액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렇다 할 우위 사업자가 없는 △초경쟁 시장 △고객 유인을 위한 판관비 과다 지출 △지속적인 수익성 하락 △시장 우위 선점을 위한 대규모 투자유치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거래액을 둘러싼 입씨름은 과열된 온라인쇼핑 업계의 단면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온라인쇼핑업계의 지난해 국내 거래액은 76조원. 2019년 1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DB산업은행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96년 온라인쇼핑몰이 최초로 등장한 후 유형별 1조원 돌파기간을 보면 종합몰은 18년, 오픈마켓 4년11개월, 소셜커머스는 3년4개월이 걸렸다.
소셜커머스의 거래액은 6년 새 크게 늘었다. 2010년 500억원에서 지난해 9조2200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종합몰 거래액은 5조3900억원에서 14조9650억원, 오픈마켓 거래액은 12조3300억원에서 23조380억원으로 성장했다.
덩치는 커졌지만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주요 온라인쇼핑(오픈마켓, 소셜커머스) 업체의 지난해 영업실적을 보면 당기순이익 기준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 930억원, 인터파크가 4억원 이익을 냈지만 소셜커머스인 쿠팡과 위메프, 티몬은 각각 5602억원, 830억원, 1560억원 손실을 냈다. 소셜커머스는 2014년과 2015년에도 각각 총 1732억원, 8149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베이코리아는 의류를 중심으로 한 젊은층(20~30대) 구매빈도가 높은 충성 고객을 다수 확보한 것이, 인터파크는 공연·영화티켓·여행 부문의 사업비중과 시장 지배력이 높은 것이 흑자를 낸 배경으로 꼽힌다. 소셜커머스는 단기 프로모션에 따라 고객이 구매처를 변경하는 경향이 강해 업계에선 여전히 ‘충성고객’ 확보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업태간 영역 붕괴, 신규업체 진입 확대
앞으로 온라인쇼핑 업계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태간 영역이 무너지고 신규업체 진입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소셜커머스는 사업초기 한정기간 특정상품만 팔고 서비스를 공동구매하는 ‘소셜딜’을 특화하며 성장했지만 최근 직매입과 오픈마켓 비중을 확 늘렸다. 최근 오픈마켓으로 전환을 선언한 쿠팡은 창업 당시인 2010년에는 소셜딜 매출이 100% 였지만 2015년 이후 10% 이하로 대폭 줄였다. 반대로 오픈마켓인 11번가는 소셜커머스 형태인 ‘쇼킹딜 11am’ 서비스를 개시하며 지난해 4월부터 직매입 판매를 시작했다.
또 카카오, 페이스북, 구글 등 비유통업체가 온라인쇼핑 시장에 진출하고 알리바바, 아마존 등 해외 유통강자도 국내 시장에 눈독 들이는 분위기다. 알리바바는 서울 명동 등에 자체 간편 결제서비스인 ‘알리페이’ 가맹점 3만4000여개를 확보한 상태다. 아마존의 경우 이미 2014년 아마존서비스코리아를 통해 국내 시장에 들어왔다. 별도의 아마존 사이트 구축 등 본격적인 진출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업계는 아마존의 국내 진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의 한국지사인 아마존서비시즈코리아가 지난 7월 마케팅 부문 인력을 채용한 점은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을 만큼 이례적인 일”이라며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