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용익의 록코노믹스]척 베리와 '창시자의 저주'

  • 등록 2017-09-30 오전 5:06:07

    수정 2017-09-30 오전 5:06:07

척 베리가 ‘오리 걸음’ 기타 연주를 하는 모습. (사진=AFP)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오는 10월 5일은 애플 설립자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지 6년째 되는 날이다. 그는 오늘날의 ‘모바일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지만, 사실 모바일 세상을 가능하게 해준 창시자는 따로 있다. 모토로라 연구원 시절이던 1973년 최초의 휴대전화 ‘다이나텍’을 처음 개발한 마틴 쿠퍼 박사다. 그러나 ‘휴대전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쿠퍼 박사는 잡스에 비해 많은 돈을 벌진 못했다.

‘최초’라는 사실이 늘 ‘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중음악계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 지난 3월 18일 90세를 일기로 타계한 ‘로큰롤의 아버지’ 척 베리가 대표적이다.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척 베리는 로큰롤 음악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가 발표한 “Maybellene”(1955), “Roll Over Beethoven”(1956), “Rock and Roll Music”(1957), “Johnny B. Goode”(1958) 등은 로큰롤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리 걸음’으로 유명한 무대 매너는 AC/DC의 앵거스 영 등 후배 뮤지션들에 의해 계승됐다.

척 베리는 음악을 조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뮤지션이다. 척 베리를 모르더라도 그의 음악은 모두가 다 안다. 로큰롤의 영향을 받은 영국 록 밴드 비틀즈의 존 레논은 “로큰롤에 다른 이름을 지어준다면 그건 아마 척 베리일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뮤지션 중 하나”라고 척 베리를 칭송했다.

상복도 많았다. 척 베리는 1984년 그래미 평생공로상을 수상했고, 1986년 창립된 ‘로큰롤 명예의 전당’의 첫 헌액자로 선정됐다. 2010년에는 미국 음악전문지 롤링스톤이 뽑은 ‘역대 가장 위대한 예술인 100명’ 5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2년엔 최고의 노래 가사에 주어지는 ‘PEN 어워드’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명성에 비해 많은 돈을 벌진 못했다. 엘비스 프레슬리 같은 동료 뮤지션과 달리 그는 한 번도 ‘포브스 부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다.

연예계의 베테랑 변호사 버니 레스닉은 척 베리 사후 경영전문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척 베리가 영향을 준 젊은 아티스트들이 그보다 더 인기를 끌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척 베리는 80대의 나이가 돼서도 음악 활동을 계속 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자택 근처 ‘블루베리 힐 덕 룸’이라는 공연장에서 대략 한 달에 한 번 꼴로 무대에 섰다고 한다. 1회 공연의 평균 매출은 5452 달러였다. 로큰롤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가 하룻밤 공연에 약 350만 달러를 벌고, 롤링스톤즈가 그 두 배를 버는 것에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척 베리가 2013년 4월 15일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AFP)
척 베리의 수입이 유난히 적은 것은 그의 오래된 공연 습관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는 밴드를 대동하지 않고 혼자 기타 하나만 메고 순회공연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공연을 할 도시에 도착해서 수소문을 통해 밴드 멤버를 구성하는 식이었다. 그러다보니 공연의 질이 들쑥날쑥하기 일쑤였다. 팬들은 실망했고, 그의 무대는 점점 작아졌다.

각종 송사도 그의 재산 증식을 방해했다. 척 베리는 1959년 매춘 목적으로 14살 소녀를 주 경계를 넘어 데려갔다는 혐의로 20개월 감옥 생활을 했다. 1979년에는 세금을 회피한 혐의로 4개월 동안 다시 감옥에 갇혔다. 1990년에는 ‘화장실 몰카’ 동영상이 집에서 발견돼 집단 소송을 한 피해자들에게 120만 달러를 냈다.

인기있는 음악 장르의 선구자가 돈을 벌지 못한 경우는 종종 있다. 힙합계의 DJ 쿨이나 하우스뮤직의 프랭키 너클스도 후배 뮤지션들이 거머쥔 부를 얻지 못했다. 포브스는 이같은 현상을 ‘창시자의 저주(Curse of the Founders)’라고 이름붙였다.

다만 척 베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그의 음원 매출은 급격히 늘어났다고 한다. 버즈앵글뮤직에 따르면 그가 발표한 39개 앨범의 앨범 판매는 사망 당일 2054개, 다음날 3808개를 기록하며 사망 전보다 9581% 증가했다. 곡 단위 판매량은 1만1684% 늘어난 1만6616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그 전까지 음원 매출이 거의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로큰롤의 아버지’의 죽음이 유독 안타깝게 느껴지는 이유다.

척 베리(Chuck Berry)

1926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났다. 리듬앤블루스(R&B)와 컨트리 음악을 결합해 로큰롤 음악을 창시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55년 “Maybellene”을 발표하며 가수로 데뷔했고 1958년 최고의 히트곡인 “Johnny B. Goode”를 발표했다. 이 곡은 1977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무인 우주탐사선 보이저호에 실은 골든레코드에 모차르트, 바흐, 베토벤의 음악과 함께 수록됐다.

디스코그래피

After School Session (1957)

One Dozen Berrys (1958)

Chuck Berry Is on Top (1959)

Rockin’ at the Hops (1960)

New Juke Box Hits (1961)

Two Great Guitars (1964)

St. Louis to Liverpool (1964)

Chuck Berry in London (1965)

Fresh Berry’s (1965)

Chuck Berry’s Golden Hits (1967)

Chuck Berry in Memphis (1967)

From St. Louie to Frisco (1968)

Concerto in B. Goode (1969)

Back Home (1970)

San Francisco Dues (1971)

The London Chuck Berry Sessions (1972)

Bio (1973)

Chuck Berry (1975)

Rock It (1979)

Chuck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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