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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였으면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대목’을 맞아 손님들로 북적거렸을 가게에 파리만 날리고 있어서다.
김씨는 “이번 추석 연휴는 열흘이나 돼서 해외로 다 나가는 것 같다”며 “추석 연휴에 쉬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임시공휴일까지 지정할 필요는 없지 않았냐”며 울상을 지었다.
김씨만의 생각은 아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열흘이나 되는 추석 연휴를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역 주변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강모(62·여)씨는 “직장인들이 연휴 때 쉬기 때문에 식당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연휴가 한 달 중 30% 이상이어서 매출에 타격이 클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강씨는 “봉급 받는 직장인들이야 많이 쉬면 해외도 가고 좋겠지만, 우리 같은 상인들은 솔직히 버겁다”고 덧붙였다.
송편을 사려는 손님들로 북적여야 할 떡집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30년 넘게 떡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모(68)씨는 “송편을 파니까 추석이 일 년 중 가장 대목인데 올해에는 판매량이 부쩍 줄 것 같다”고 전했다.
김씨는 “지금쯤 예약 주문이 쇄도해야 하는데 잠잠하다”며 “손님이 예년보다 줄어들 것 같지만 그래도 대목을 쉴 수는 없어 열흘 내내 가게 문을 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후암시장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63·여)씨도 추석연휴를 앞두고 고민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손님이 줄어들 것 같지만 그렇다고 가게 문을 닫을 수도 없어서다.
상인들의 예상처럼 실제 국민들 상당수가 추석 연휴 중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의 한 항공사에 따르면 이번 연휴에 해외로 나가는 비행기표 예약 상황이 7~8월 성수기를 능가하고 있다.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아시아 노선의 예약률은 78% 수준이고, 유럽 노선과 호주 노선의 경우 각각 87%, 96%에 달한다고 한다.
항공사 관계자는 “긴 연휴를 맞아 먼 해외에서 장기간 머무르려는 수요가 그만큼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여행을 가는 내국인이 많아질수록 내수, 더 나아가 경제 전반에는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해외에서 돈을 쓰는 만큼 국내에서는 소비를 줄일 수 있는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