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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신들은 도요타가 지난달 31일 2018년형 캠리에 자신들이 주도하는 ‘오토모티브 그레이드 리눅스(AGL)’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대체 어떤 의미일까. 이제 △도요타 △오토모티브 그레이드 리눅스 △일본의 전장사업 환경 등 세 가지에 대해 찬찬히 뜯어보며 살펴보자.
◇IT 투자에 아낌없는 도요타
도요타는 세계 1, 2위 완성차 제조사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이다. 도요타의 브랜드는 물론 고급형 차종 ‘렉서스’ 브랜드까지 흥행하며 최고의 시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그런 도요타가 아낌없이 투자하는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가 바로 전장 사업과 자율주행차 사업이다. 다른 업체들도 다 투자하는데 왠 호들갑이냐고 할 수 있지만, 도요타의 투자 현황을 보면 대충 넘어갈 수는 없다.
2015년 9월 도요타는 5000만달러를 들여 미국 스탠포드대와 함께 차량용 인공지능(AI) 개발에 착수한다고 발표한다. 책임자로 영입한 인물은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수석 로봇공학자였던 길 프랫. 그는 도요타가 앞서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와 진행하던 프로젝트까지 두 사업을 모두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들 사업은 궁극적으로는 자율주행차를 지향하지만, 일단 운전자가 안전 운전을 하며 사고 위험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당시로서는 보다 현실적이고 빨리 실현 가능한 부분에 집중한 것.
기계 스스로 정확도를 높여가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비롯해 각종 첨단기술을 접목한 도요타는 세계 최대 전자산업박람회 CES 2017에서 AI 콘셉트카 ‘아이(愛)’를 선보인다. 도요타는 “운전자와의 교감에 초점을 둔 차”라고 설명했다. 운전자의 기분이나 몸 상태를 파악해 대화할 수 있고,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자율주행 모드로 변환된다.
도요타는 최근 그래픽 기술 분야 선도업체인 엔비디아와도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협력을 발표하는 등 왕성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100여개사 참여한 AGL
AGL은 일본만의 단체는 아니다. 미국, 독일, 영국 등 다양한 국적의 관련 기업들이 모여있다. 삼성과 LG, ETRI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주를 이루는 회원사는 대부분 일본계다. 도요타, 스즈키, 마즈다, 혼다 등 완성차 업체는 물론 덴소, 파이오니아 등 부품·전장업체, 후지쯔, 르네사스, 미쯔비시전자, NEC, 소니, 파나소닉 등 IT·전자 업체에 이르기까지 회원사도 다양하다. AGL 측은 100여개 회원사가 현재 서로 협업하고 있다고 말한다.
흔히 차량용 시스템이나 부품은 자동차의 안전성과 연관되어 있어 별도로 이를 맞추기 위한 개발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AGL은 전자·IT 업계가 이런 장애물을 보다 빠르게 넘어갈 수 있도록 자동차 업계와 협업하기 위해 구성됐다. 이 과정에서 빠르게 주도권을 쥔 쪽이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완성차 업계다.
AGL은 리눅스 운영체제 진영을 총괄하는 리눅스재단의 프로젝트 단체이기도 하다. 리눅스가 공유와 개방을 기반으로 한 오픈소스 정책 중심으로 움직이는 점을 고려하면, AGL도 누구나 개발에 참여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기조를 갖는다. 도요타는 이런 AGL을 주도하며 지배력과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꾀하고 있는 것이다. 2018년형 캠리는 AGL 플랫폼을 적용해 북미에서 시판하는 최초의 차량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북미시장이 갖는 의미가 상당한 점을 고려하면, 도요타의 야심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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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일본 산업계로 다시 눈을 돌려보자. 일본은 ‘장인정신이 지나쳤다’는 비판 속에 메모리반도체부터 가전제품,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현재 소위 ‘잘 나가는’ 전자 산업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다. 브랜드 경쟁력은 삼성 등 한국 업체에 뒤지고, 중국 업체의 공세는 ‘비싸고 호환도 잘 안 되는’ 일본 전자제품을 자꾸 뒷전으로 밀리게 한다. 그나마 낸드플래시에서 잘 나가던 도시바마저 모회사의 헛발질에 해외로 매각될 위기에 처해있다.
이렇다 보니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차량용 전장사업에서 일본 전자업계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 도요타로서는 협력 시 아무래도 리스크 요인이 많은 해외 기업만 바라보기보단 스스로 살 길을 찾아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어차피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면 전자업계와 자동차업계의 구분은 모호해진다. 이를 내다본 듯한 도요타의 행보는 그래서 더 대단해 보인다. 마치 "자동차는 자동차일 뿐, 그래서 우리가 전자업체보다 더 잘 안다"고 말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