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선]소통에는 형식이 없다

이대 사태 총장-학생 대화 서면이냐 대면이냐로 대립
졸업식, 개강 앞두고 출구전략 함께 모색해야 할 때
  • 등록 2016-08-25 오전 6:00:00

    수정 2016-08-25 오전 6:00:00

이화여대 사태는 진작에 끝났어야 했다.

발단인 평생교육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설립 문제는 학교측이 계획을 철회하면서 농성 시작 일주일 만에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 학교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은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20일 넘게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학생들과 학교간의 오해와 불신 때문이다. 학생들은 1600명의 경찰병력이 학교를 침탈, 농성 중이던 학생들을 끌어낸 사건의 배후가 최 총장이라고 믿는다. 반면 학교측은 당시 경찰 병력 투입은 본관에 갇혀 있던 교수와 교직원들의 신고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최 총장과 학생들은 대화하겠다면서 엇나간다. 최 총장은 직접 만나 설득하겠다며 폭염아래 천막을 치고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학생들은 총장 앞에 얼굴을 비췄다가는 또다시 주동자로 몰릴 수 있다며 서면대화를 요구하고 있다(학생들이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농성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화가 필요하다는 건 서로 인정하지만 방식을 두고 평행선이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평생교육단과대 설립에 반대해 본관 점거 농성에 들어갔을 때 학생들을 지지하는 여론이 대세였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지렛대 삼아 대학교육을 좌지우지해온 교육부과 예산 따내기에 급급해 학위장사마저 아랑곳 않는 대학에 대한 비난이 거셌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이미 유사한 사업이 있음에도 사이버대 등 기존 평생교육기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백억 혈세를 쏟아부어사업을 강행한 교육부의 해바라기 근성도 함께 욕을 먹었다.

명품 브랜드‘이화(梨花)’의 가치하락을 걱정한 또 다른 형태의 학벌주의라는 비난이 있기는 했지만 농성과정에서 보여준 학생들의 정연한 모습에 묻혔다.)기 졸업식이 코앞이고, 개강은 일주일 남았다.

농성 학생들은 이제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오랜 농성에 정부 재정지원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사라지고 총장 사퇴 여부를 둘러싼 다툼에만 관심이 쏠린다. 학생, 학교 모두 원하던 상황이 아니다.

학생들이 직접 대화에 나서기 어렵다면 입장을 대변할 제3자를 대표로 내세우는 방법도 있다. 직접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게 대의제 아닌가?

학교도 대면대화만 고집할 일은 아니다. 소통에 형식을 요구하는 순간 불통이 된다.

의혹만으론 사퇴 않는 게 이 정부 방침이라고 한다. 최 총장이 정부 방침에 따르기 위해 버티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해법을 모색할 시간은 길지 않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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