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청년배당과 청년수당의 차이

  • 등록 2016-08-08 오전 6:30:00

    수정 2016-08-08 오전 6:30:00

[이데일리 김정민 사회부장]서울시는 청년수당이 성남시의 청년배당과 도매금으로 묶여 비난 받는 것에 대해 억울해 한다. 실제 두 정책을 비교해 보면 차이가 크다.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성남시에 거주하는 24세 청년들에게 매 분기별로 12만5000원 상당의 지역화폐(성남사랑상품권)를 지급한다. 소득수준 등 자격요건에 제한이 없다. 고급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부잣집 도련님이든 일용직 건설근로자든 관계없이 동일한 금액을 지급한다. 성남사랑상품권 가맹점(7월 기준 2542곳)이라면 어디든 사용이 가능하다. 동네 구멍가게부터, 술집, 식당, 영화관 등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업소들이 망라돼 있다. 복권을 사는데 쓰든, 술을 마시든 담배를 사서 피우든 자유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난받는 이유다. 올해 2분기에는 대상자 1만1162명 중 1만451명이 받아갔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지원대상이 제한적이다. 서울시에서 1년 이상 거주한 19~29세 청년 중 주당 근무시간이 30시간 미만인 청년 3000명이 대상이다. 지원은 해당 자격을 갖춘 모든 청년이 가능하지만 장기 미취업 상태이거나 저소득층 청년에게 우선권을 준다.

매월 50만원씩 최장 6개월간 체크카드 방식으로 현금을 지급한다. 사용처는 제한적이다. 학원수강이나 교재 구입과 같이 취업이나 진로 모색을 위한 용도로만 써야 한다. 사용 후 의무적으로 영수증을 제출해야 하고 활동보고를 하지 않는 등 자격을 상실하면 지급을 중단한다. 지난 3일 2831명에 50만원씩을 지급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입안한 청년배당은 정치적 의도가 노골적이다. 무상교복, 무상공공산후조리원 등과 함께 무상복지 어젠다를 선점하겠다는 속셈이 반영된 정치색 깊은 정책이다. 중앙정부 뿐 아니라 재검토를 요구한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맹비난하며 마찰을 일으킨 것도 고의성이 짙다. 박근혜 정부와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야당 시장으로서 선명성을 부각하겠다는 계산이 빤히 들여다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한 청년수당은 생활고에 시달려 취업준비조차 쉽지 않은 저소득층 가정 청년들에게 숨돌릴 시간을 주고 싶다는 ‘측은지심’(惻隱之心)에서 시작한 정책이다. 서울시는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청년수당이 중앙정부의 반대에 부닥쳐 좌초위기에 처한 것은 행정을 정치로 읽은 여권과 청와대의 미흡한 독해 능력과 청년배당과 유사한 이름을 붙인 서울시의 부족한 작명센스 탓이다.

박원순 시장과 이재명 시장은 변호사 출신의 시민운동가에서 지방자치단체 수장으로 변신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시장 모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타라는 점도 닮았다. 위상은 천양지차다. 성남시 또한 인구 100만의 대도시지만,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1000만 인구를 자랑하는 메트로폴리탄이다. 비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이재명 시장이 박원순 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른 것은 이 시장의 정치감각 덕이다. 국정감사장에서 여당 국회의원들과 고성이 오가는 말싸움을 벌이고, 서울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서 11일간 단식농성을 벌이는 모습에 열광하는 지지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박 시장이 청년수당을 계기로 이 시장처럼 선명성을 부각할 생각이라면 패착(敗着)이다. 미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의 정치인답지 않은 솔직한(?) 언행에 열광했던 미국인들이 계속되는 막말과 기행에 지친 모양새다. 힐러리와의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시장 또한 같은 길을 걷게 될 공산이 크다. ‘꼼수는 정수로 받는다.’ 박 시장이 기억해야 할 ‘미생’의 한 대목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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