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지역주택조합, 부동산 신탁이 해법 될까

7만6000가구 추진… 입주는 1만4000가구 그쳐
조합 사업전문성 한계… 비리·지연·비용 등 문제
토지신탁 방식 활용한 사업 추진 대안으로 등장
  • 등록 2015-12-16 오전 6:10:00

    수정 2015-12-16 오전 7:35:26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서로 돈을 모아 집을 짓는 형태로 관심을 끌던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 주도로 제도 개선이 진행 중인 가운데 부동산 신탁사의 사업 참여가 보완책 중 하나로 제시돼 눈길을 끈다.

지역주택조합은 일정한 지역에 거주하는 실수요자들이 조합을 만들어 땅을 매입한 후 주택을 건설·공급하는 일종의 공동구매 방식이다. 일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과 달리 규제가 적은데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아파트를 구입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추진하는 사업 규모에 비해 결과물은 적은 편이다.

15일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0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설립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은 총 155개(7만5970가구)다. 이중 입주를 완료한 곳은 5분의 1 수준인 34개 조합(1만4058가구)에 그쳤다. 설립인가 신청을 준비 중인 사업장도 전국 126곳, 총 9만6084가구에 달해 사업 적체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는 주택건설사업 지식·경험이 부족한 조합이 사업 주체가 돼 전과정을 시행해야 하는 한계점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 사실상 임의 부동산사업자(시행대행사)가 조합원을 모집하지만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불확실성이 큰 편이다. 정부의 관리를 받는 정비사업과 달리 조합 결속력이 약해 공사 계약도 쉽지 않고 내부 비리나 조합원 보호에도 취약하다는 평가다.

사업 부작용이 수면위로 드러나자 권익위와 국토교통부는 대안 마련에 나섰다. 이달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 소위는 시공사나 주택건설 등록사업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만 주택조합 업무를 대행토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무자격자를 배제하고 검증된 사업자를 통해 안정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여기에 부동산 신탁을 활용해 문제점을 해소하고 안정성을 높이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주택조합의 선택에 따라 사업을 신탁사에 위탁, 토지신탁 방식으로 추진하자는 것이다. 신탁사가 주택조합 사업을 운영해 주택을 공급하고 신탁 보수를 취급하는 방식이다. 사업 지연이나 비용 증가, 비리 등의 문제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조영호 코람코자산신탁 전무는 “사업 초기에 인허가 가능성과 토지매입 계획, 사업성 등 자문 제공과 초기 자금 관리를 지원할 수 있다”며 “주택건설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시공사와 계약과 추가 금융지원 등도 수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으로는 조합 단독 또는 주택사업자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해야만 한다. 토지신탁 방식은 신탁사가 시행자가 되기 때문에 주택법 개정 등 법·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다. 다만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신탁사의 활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국토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신탁이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담보할 수는 있지만 토지 소유권이 넘어가버리면 현행 사업구조와는 맞지 않게 된다”며 “국회를 통과한 주택법 개정안이 제도 개선 방안으로 신탁의 활용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한편 금융투자업계는 금융규제 완화와 신탁사의 업역 확대 차원에서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협의와 현황 파악 등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장석환 금융투자협회 신탁지원실 실장은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보완사항 중 하나로 전문성 있는 신탁사를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며 “지역주택조합의 신탁사 수요 예측 설문조사나 종합적인 제도 개선을 위한 용역 등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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