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옷' 한섬, 불황에도 수익성 껑충 뛴 이유는..

백화점 올해 의류 소비 -4%..불황에 패션 시장도↓
고가 브랜드 많은 한섬 3Q 영업익 56%·매출 24%↑
현대百 유통력 힘입어 채널 확대, 신규 브랜드 론칭
  • 등록 2015-12-09 오전 6:00:00

    수정 2015-12-09 오전 6:00:00

한섬이 지난 10월말 론칭한 통합 온라인 쇼핑몰 ‘더한섬닷컴’. 해외 소비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3개 국어로 운영하고 있다.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시스템’, ‘마인’, ‘타임’ 등 고가 여성복 브랜드를 전개하는 한섬(020000)이 패션업계 불황에도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지난 2012년 현대백화점(069960)에 인수된 이후 진행해온 체질개선 노력과 모기업의 유통 노하우 등이 빛을 발한 결과로 풀이된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섬은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242억원에 영업이익 1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4%, 영업이익은 55.7% 늘었다. 영업이익률 또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9% 늘어난 9.9%를 나타냈다.

한섬 실적은 현대백화점에 인수된 후에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인수 직전인 2011년 984억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2013년 503억으로 반토막이 났고,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9.2% 하락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실적이 가파르게 상승세를 보였다. 한섬 측은 “모든 브랜드 매출이 작년보다 증가했다”며 “타임, 시스템 옴므, 랑방컬렉션 등은 두 자릿수에 달하는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한섬의 성장세가 유독 돋보이는 것은 패션업계 불황으로 소비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국내 의류 소매판매액은 올해 3분기까지 -0.8%의 역신장률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백화점 내 의류 소비 성장률이 전년 대비 -4.3%를 기록할 정도로 고가 의류 소비가 크게 꺾인 상황이다. 그러나 정장 한 벌에 1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한섬의 ‘타임’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8.1%나 늘었다.

이같은 실적엔 3년 전 한섬을 인수한 모기업 현대백화점의 유통망과 노하우, 자본력이 바탕이 됐다. 올해 2월 현대 김포 프리미엄 아울렛, 8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출점함에 따라 한섬 브랜드 매장이 37개나 늘어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한섬이 현대백화점 덕분에 탄력을 받는 부문은 온라인 채널이다. 한섬은 지난 10월 브랜드 통합 온라인몰 ‘더한섬닷컴’을 한국어, 중국어, 영어 3개 국어 버전으로 열어 국내 소비자뿐만 아니라 역직구를 하는 해외 소비자도 겨냥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패션업체들은 유통, 그것도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큰 온라인 유통에 상당히 어둡다. 규모가 꽤 큰 의류업체인데도온라인 통합몰 하나 없을 정도”라며 “한섬은 현대백화점이라는 튼튼한 유통기업의 노하우에 자본력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홈쇼핑, 온라인까지 채널을 넓히며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섬 자가브랜드 매출액과 성장률(자료=KDB대우증권)
또 모기업의 자본력에 힘입어 신규 브랜드 확장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9월엔 현대홈쇼핑과 합작해 홈쇼핑 브랜드 ‘모덴’을 론칭했다. 모덴은 그간 가격대가 너무 높아서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한섬 옷을 홈쇼핑용으로 저렴하게 재해석해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초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랑방과 협업해 랑방액세서리를 론칭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액세서리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올해 초 브랜드 별로 나눠져있던 사업부를 통합한 것도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한섬은 브랜드마다 따로 운영하던 소재기획팀, VMD(비주얼 머천다이즈·매장 디자인) 팀 등을 통합 연구개발(R&D)팀으로 묶고, 기존 팀은 영업에 주력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이희재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6월 메르스 영향을 비롯해 올 한해 패션업계가 어려움을 겪었는데도 한섬은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다”며 “내년엔 올해 하반기 론칭한 홈쇼핑 브랜드와 온라인몰 운영이 본격화하면서 실적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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