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가 40만원이 넘는 돈을 절약할 수 있었던 건 상품권이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매되기 때문이다. 100만원어치 백화점 상품권은 ‘상품권 사고 팝니다’라는 간판을 단 구둣방이나 상품권 매매업체를 통하면 95만~96만원에 살 수 있다. 할인율은 상품권을 발행하는 업체가 어디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상품권은 발행업체가 망하면 휴지조각이 되는 전형적인 유가증권인데도 회사채 등 일반적인 채권과는 다르게 할인율이 발행업체의 재무 상태나 신용등급과는 무관하게 결정된다.
상품권 할인율 ‘천차만별’
온라인에선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의 10만원짜리 상품권의 할인율은 동일하다. 온라인 상품권 매매사이트인 티켓나라에 따르면 10만원권을 구매할 때는 4%, 10만원권을 팔때는 5.5%의 할인율이 적용된다. 10만원짜리는 9만6000원에 살 수 있고, 팔 때는 9만4500원을 받는다는 얘기다.
상품권 중 할인율이 가장 낮은 품목은 주유 상품권이다. GS·SK·현대오일 3사의 주유 상품권 할인율은 1.9~2.9% 사이다. 전국 주유소뿐 아니라 백화점·대형 마트·외식업체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이 가능해 활용도가 높은 때문이다. 반면 금강제화·에스콰이어·영에이지 등 구두상품권의 경우 할인율이 20~30%대 후반으로 높다. 선물받은 10만원권 에스콰이어 상품권을 B상품권 매매업체에 판다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6만3500원 뿐이다. 금강제화는 7만7000원이다. 발행업체 매장에서만 사용이 가능한데다 구두업체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량으로 상품권을 찍어내면서 가치가 떨어진 때문이다. 특히 구두업체들은 높은 할인율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구두 가격을 부풀리거나 상품권으로 구매 가능한 제품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발행 물량 중 10~20% 지갑 속에서 사라져
작장인 김영운(33)씨는 이달의 우수사원으로 뽑혀 백화점 상품권 30만원을 부상으로 받았다. 그러나 김씨의 어머니가 상품권이 들어 있는 채로 옷을 세탁해 휴지조각이 됐다.
백화점 등 유통업체 등이 상품권 발행에 열을 올리는 데는 김씨와 같은 고객들의 부주의와 건망증 덕에 발생하는 막대한 부수입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분실 사유는 다양하다. 김씨의 사례처럼 훼손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책상 서랍 속이나 장롱 안, 입지 않는 옷 주머니 속에서 잠자고 있는 상품권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무기명 유가증권과 동일한 성격인 상품권에 유효기간을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크레디트업계 관계자는 “규제나 관리 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문제가 생기면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며 “모바일 상품권 등 일부 상품권처럼 유효기한을 두는 것도 철저히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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