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서울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신한은행의 ‘2012년 종합업적 평가대회’가 열렸다. “올해 경영 환경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외부 환경이 어렵다고 목표를 낮춰 잡지는 않았습니다. 세계 최초로 남극을 정복은 아문센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에 20마일씩만 이동했습니다. 날씨가 좋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반면 스콧은 날이 좋을 땐 40마일을, 악천후엔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서진원 은행장은 “어렵다고 움츠러들지 않고 성과를 내는 것이 82년 창립 이후 이어져 온 신한의 정신”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2010년 현직 행장이 그룹 지주 사장을 고소한 전례가 없는 ‘신한 사태’ 이후 3년. 신한금융지주는 흔들림없이 꾸준하다. 지난 3분기 은행과 카드의 자산 성장이 활발하게 재개되며 이자이익이 전분기 대비 2.6% 증가했다. 2011년 금융지주사 중 최고인 2조 5000억 원의 실적을 냈고, 지주사 시가 총액은 국내 1등이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신한은행이 최악의 내부 사태인 ‘CEO(최고경영자) 리스크’를 극복한 비결은 뭘까.
◇사람보단 시스템…강한 조직 문화의 힘
◇순수 민간은행의 ‘파이팅 정신’…실력중심 문화
신한의 핵심 가치는 ‘성과주의’다. 올해도 어김없이 열린 업적 평가대회는 성과를 중시하는 조직문화의 ‘습관’이 됐다. 지방 지점까지 포함해 모든 직원이 모여 각 영업점의 성과를 평가하고 수상을 하는 세레머니다. 84년부터 30년째 이어지는 전통이다. 허갑수 동아대 경영학과 교수는 “조직 성과는 조직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강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게 높은 성과의 선행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성과주의를 지향하기 시작한 KB국민은행도 8년 전부터 유사한 수상 행사를 시작했다. 그동안 본부장급 이상만 참석하다가 올해부터 수상 직원들도 참석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신한 문화를 지주 차원으로 전파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금융지주 산하 13개 그룹사 신입사원들이 참석해 ‘신한 정신’을 학습한다.
◇‘신한 정신’ 이어갈 내부승계 프로그램 착수
이에 ‘신한’의 고유문화를 이어가기 위한 경영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다. 올 1월부터 행장 또는 회장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 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외부 인사를 추천할 때 해당 요건이 까다롭게 정해놨다. 일정 기간 금융권 관리 경험이 없는 ‘교수’와 ‘공무원’은 외부 추천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또 내부 후보군인 부행장들과 사외 이사들과의 공적, 사적 적 교류 갖도록 정규 커리큘럼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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