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시작은 아파트였다

김병재의 문화칼럼
  • 등록 2012-02-08 오전 8:15:48

    수정 2012-02-08 오전 8:15:48

살판났다. 자고나면 연일 달콤한 말이 쏟아지고 있다. 자신들이 정권만 잡으면 괜찮은 직장도 다닐 수 있고, 공짜 아니면 적어도 반값이란다. 심지어 돈도 준다. 용돈정도가 아니다. 1000만원이 넘는다. 백수가 끝날 때까지 준다. 커피도 아닌데 무한 리필이다. 이제 백수도 직업이 될 수 도 있다. 내년 이맘때가 되면 어느 당이 집권을 하든 대한민국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공짜될 것이다.

공짜정책 대부분은 2040세대에 맞춰져 있다. 5060대이상은 안중에도 없다. 2040세대가 지난 서울시장 선거때 시쳇말로 뭔가를 확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현 정권에 실망한 2040세대가 퇴근후 투표장으로 달려가 야당 대표주자인 박원순시장에게 몰표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2040세대가 분노한 이유는 경제다. MB가 경제 하나만은 살려 잘 먹고 잘 살줄 알았는데 그게 안됐다. 20대는 괜찮은 직장을 다니며 폼나게 살고 싶었는데 오히려 양극화로 박탈감만 커졌다. 3040세대는 아파트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오를 줄 알고 사놓은 아파트 값이 안 올랐다는 거다.

사실 대부분의 50대이상 베이비부머세대는 하루가 다르게 뛰는 아파트 가격으로 재미를 봤다. 불과 5, 6년전인 노무현 정부때, 최고로 오른 ‘부동산 광풍’시절엔 은행에서 2,3억원씩 대출을 받아 월 150만원 안팍의 이자를 내고도 수억원씩 남는 장사였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주택경기가 주저앉았다. 대다수 국민과 정부가 바라는 바대로 아파트 상승세가 주춤, 안정세로 바뀐 것이다.

그럼 모두가 환영할 일 아닌가.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사면 무조건 오른다’는 불패신화를 믿고 은행에서 수억원씩을 융자받아 산 아파트가 재앙이 된 것이다. 아파트는 안 팔리고 이자만 내고 있으니 복장 터질 일이다. 이른바 ‘하우스 푸어’들이다. 아파트의 거품이 꺼지면서 꿈이 깨진 거다. 아이러니다.

박원갑 부동산분석가는 “부동산 잔치는 5060세대에서 끝난 것 같다”며 “이제 누군가는 부풀려진 아파트의 버블을 떠안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게 3040세대가 된 것이다. 현 정부를 포함해 지난 정부부터 발표한 이런 저런 부동산정책에 유탄을 맞은 거다.

정치권의 공짜 시리즈가 난무하고 있는 요즘, 아직은 반값이나 공짜로 아파트를 준다는 말은 없다. 예전같은 부동산 폭등을 몰고온 정책도 나올것 같지 않다. 5년전 허경영후보의 공짜메뉴에도 없었다. 설사 나온다고 해도 꼼수일 확률이 거의 10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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