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후보자가 그리는 경제정책 방향은 지난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어느 정도 드러났다. 특히 세제실에 근무했던 경험과 성균관대 교수시절 작성했던 논문 덕분인지 세제정책에 대해선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다만 산은금융지주의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대해선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저축은행 감사부실로 문제가 된 금융감독체제 개편은 다수의 학자들과 달리 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 한 쪽에선 세금 깎고..한 쪽에선 늘리고
감세론자로 불렸던 박 후보자는 예상대로 내년 '소득세·법인세' 추가감세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주장하는 감세논리는 '경제선순환'이다. 세금이 줄어든 만큼 소비·투자가 늘어나 결국엔 세수가 증대될 것이란 기대감.
그러나 그는 한쪽에선 임시투자세액공제를 폐지하고 비과세·감면제도를 축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득세에서 '소득재분배' 기능이 강화돼야 하는데, 이는 감세철회보다 비과세·감면제도 축소를 통해 이뤄야 한다며 가볍게 '금융소득'을 언급했다.
결과적으로 감세는 하되, 임투공제는 폐지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쪽에선 세금을 깎고, 다른 한 쪽에선 세금을 늘리는 방식. 실제 부담하는 세금은 줄지않아 '감세를 통한 경제선순환'이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하이로드 접근법..콜렛·헤이그 규칙
학자 출신답게 박 후보자는 경제학 교과서적인 입장에서 정책을 접근하기도 했다. 대기업 정책과 관련해선 '하이로드(High road) 접근법'을 주장했다. 일본, 미국처럼 견제·균형이 중시되는 곳에선 제도에 무게를 둬 로로드(Low road) 접근법을 추진하는데, 덴마크, 네덜란드는 자율적인 규제인 하이로드(High road) 접근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우리나라는 후자에 속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영역별로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규제보단 자율적인 풍토가 더 오래가고 강력하다"며 기부문화 확산 등을 언급했다. 제도적으로 대기업을 옥죄기보단 '동반성장' 문화를 정착시키는 방식을 추진하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 금융정책엔 무책임?..불분명한 입장
그는 다른 분야와 달리 금융정책방향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일각에선 신중하다 못해 무책임하다는 말이 국회를 중심으로 나올 정도였다. 박 후보자는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와 관련 "대형은행의 필요성, 금융산업 발전 및 민영화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야당을 중심으로 산은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할 경우 민영화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데도 공공기관 선진화를 주도하는 재정부 장관 후보자로서 공자위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선 매가뱅크를 주장하는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08년 인수위원회 시절 박 후보자는 강 회장과 산은 민영화를 두고 의견이 갈린 바 있다. 강 회장은 '매가뱅크'를 주장하며 대우증권만 매각을 주장한 반면, 박 후보자는 산은의 정책금융과 투자은행(IB)을 분리해 투자은행에 대우증권을 묶어서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한편 저축은행 감독부실과 관련 금융감독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현 체제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현 금융감독체제는 박 후보자의 작품.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금융정책과 감독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는 "금융감독체제는 금융정책과 감독이 합쳐져 있고 검사가 분리돼 있는 상태"라며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