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면서 아폴로와 달은 그의 생활에서 점점 잊혔다. 올해가 달 착륙 40주년이라는 사실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아폴로와 함께 하고 있다. 달 착륙 프로젝트에서 개발된 수많은 기술이 민간에서 상용화됐기 때문. 의식주(衣食住) 모든 곳에 아폴로의 우주기술이 살아 있다.
◆우주인과 함께 식사를
'미국의 새로운 상품은 곧 세계 최대의 발명가 집단인 미항공주우주국(NASA·나사)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아폴로 달 착륙 프로젝트 과정에서 개발된 3000여건의 특허 중 1300여건의 특허가 민간에 이전돼 상용화됐다.
먼저 아침으로 즉석 카레를 먹었다면 이미 우주인과 같은 식사를 한 셈이다. 나사는 아폴로에 실을 화물 부피와 무게를 줄이기 위해 우주인이 먹을 음식을 급속 냉각시켰다. 우주에서는 이를 마이크로파로 데워 먹었다. 바로 동결건조식품과 전자레인지다.
우주복을 만든 천은 부산아시아드 경기장에 가면 만날 수 있다. 마치 텐트처럼 지붕을 덮고 있는 하얀 천으로, 우주복의 겉감에 쓰인 테플론으로 코팅한 유리 섬유다. 달 착륙 2년 전인 1967년 아폴로 1호에서 화재사고가 나자 화염에 이기는 우주복을 만들기 위해 개발된 옷감이다. 아폴로 이후 대형 건축물에 텐트형 지붕을 덮을 때 많이 사용된다. 나사는 "철골이 필요 없고, 햇빛은 투과하면서 열에는 강해 에너지 절약에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
◆브래지어에 들어간 아폴로 안테나
우주복 안에 입은 속옷까지 민간에 이전됐다. 바로 체온의 급상승을 막아주는 냉각 속옷이다. 현재는 자동차 경주나 원자력발전소, 조선소에서처럼 열에 노출되기 쉬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입는다.
달 표면의 토양을 채취할 때 쓴 시추장치는 전선을 연결할 수 없어 무선으로 개발됐다. 이는 가정용 무선 드릴, 무선 다리미를 낳았다. 온도 차가 극심한 우주에서 헬멧 유리에 성애가 끼지 않게 한 방습도료는 스키 고글에 이용됐다. 잠수용 마스크나 소방대원의 내화 헬멧, 자동차 서리방지용 유리에도 활용되고 있다. 달 표면을 찍은 사진의 해상도를 높이던 기술은 병원의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발전했다.
◆국내도 우주기술이 민간으로 이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저서 '부의 미래'에서 "우주사업 1달러 투자가 7~12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우주공간으로의 도약이 부의 혁명적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개발한 1000여개 신소재 중 80%가 우주기술의 성과라는 사실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국내에서도 우주기술의 민간 이전이 시작됐다. 쎄트렉아이는 위성에 실린 저잡음 전력장치를 원자력발전소의 환경방사선 감시기에 활용하고 있다. 코스페이스는 위성에 들어간 통신기술을 지상 위성단말기에 도입했다. 두원중공업은 오는 30일 발사될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KSLV-I)' 1단 로켓에 이용된 특수용접과 원뿔형 용기 제조 기술을 산업용 내압용기에 활용하고 있다. 탑엔지니어링은 나로호 통제·관제·시뮬레이션 기술을 선박 자동화 시뮬레이터에 도입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종범 정책개발팀장은 "우리나라 우주산업은 초창기라 참여기업이 적고 대부분 중공업 관련이어서 일상생활 관련 상용화가 적다"며 "나로호가 성공하고 우주개발이 확대되면 미국처럼 다양한 상용화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아폴로에 이어 나로가 우리 삶을 바꿀 날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