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3·4세 갖고 논 고졸?

수입차 판매사원·유흥업소 종업원 출신 20대
"코스닥社 실소유주"… 주가 조작 기획한 듯
  • 등록 2008-08-14 오전 8:33:06

    수정 2008-08-14 오전 8:33:06

[조선일보 제공] 고졸 학력에 수입차 판매사원 출신 20대 청년이 재벌가 주가조작 사건을 기획했다?

재벌가 3·4세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두산그룹 박용오 전 회장의 차남 박중원(40)씨의 공범 조영훈(29)씨가 11일 구속됐다. 두 사람은 조씨가 실질적 소유주인 '뉴월코프'라는 코스닥 상장사의 주식 130만주를 박씨가 인수한 것처럼 허위 공시하는 수법으로 '재벌 테마주(株)'를 만들어 3배 이상의 차익을 남긴 혐의를 받고 있다.

◆고졸에 수입차 판매사원 출신

검찰은 이 과정에서 조씨가 자신보다 11살이나 더 나이가 많은 재벌가 자제 박씨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도 안 다녔고 아직 20대인 조씨가 코스닥 상장사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또 '학습'이 필요한 주가조작 사건을 기획했다는 점에서 조씨의 이력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조씨는 서울 J고 졸업이 학력의 전부라고 한다. 벤처회사 등 여러 소규모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조씨는 강남에서 수입차 판매사원으로 일하면서 재벌가 자제들과 교분을 쌓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외에도 조씨는 재벌가 자제들이 출입하는 강남의 고급 유흥업소에서 종업원으로 일했던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씨가 이 같은 경력을 활용해 돈과 사람을 모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씨가 설득력, 흡인력을 갖춘 인물"이라며, "박중원씨뿐 아니라 조씨가 거느린 뉴월코프의 주요 임원들도 모두 조씨의 큰 형님 뻘인 30~40대"라고 말했다.

조씨가 재벌가 자제인 박씨를 알게 된 과정도 예사롭지 않다.

조씨는 2006년 뉴월코프를 인수한 후 서울시테니스협회장을 지낸 선병석(54)씨를 고문으로 영입한 뒤 선씨의 소개로 박씨를 알게 됐다고 한다. 선씨는 2006년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국가대표 출신 테니스인들이 이 대통령과 시합을 가졌던 이른바 '황제 테니스'를 주선한 인물이다. 검찰은 선씨가 최근까지 대표로 있었던 덱트론이라는 업체도 주가조작과 관련해 지난주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외제차 마니아로 알려진 조씨는 뉴월코프 회사 명의로 초호화 차량인 페라리, 벤틀리 등을 리스해서 타고 다녔다고 검찰은 밝혔다. 외모도 부잣집 아들 분위기를 풍기지만 평범한 집안 출신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정일선이 투자한 IS하이텍의 실질적 사주"

검찰은 단순히 조씨가 뉴월코프 주가 조작에만 관여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주 압수수색을 실시한 코스닥 등록업체 IS하이텍 역시 조씨가 실질적인 소유주라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좀 더 확인을 거쳐야 하지만 조씨가 실소유주라는 진술이나 정황증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IS하이텍은 BNG스틸 정일선(38) 대표가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던 업체다. 정씨는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4남인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이다. 정씨뿐 아니라 두 동생 문선, 대선씨 등 정씨 3형제가 지난해 6월 IS하이텍의 대주주가 됐다고 공시돼 1900원대이던 주가가 며칠 만에 3700원대까지 올랐다. 이 회사의 주가는 올해 들어 한때 300원대로 추락하기도 했다. 따라서 조씨가 박중원씨를 끌어들여 뉴월코프에서 주가조작을 했던 것처럼, IS하이텍에서도 정씨 형제들을 끌어들여 비슷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정일선씨는 실제로 IS하이텍에 투자를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박중원씨와는 다른 경우로 보고 있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IS하이텍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전 국무총리의 아들이 대표를 맡았고, 사외이사가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인사다. 검찰 관계자는 "조씨의 인맥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고졸학력에 정식으로 금융권에 종사하지 않았던 조씨가 고급 지식을 동원해 주가조작을 저지른 것으로 볼 때 조씨의 배경에 '자문그룹'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조씨가 재계나 금융계 유력인물의 '대리인'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씨가 고졸이지만 똑똑한 사람"이라면서도 "실력자가 조씨에게 상당한 도움을 주거나 뒤에서 조씨를 '지휘'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범행을 부인하면서 주변 인물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려고 한다고 전해졌다.

아울러 검찰은 조씨가 애초에 뉴월코프를 인수할 때의 자금도 제3자의 주머니에서 나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조씨의 실체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어 수사팀도 궁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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