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나비와 달리 나방은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성가신 존재로 여기는 경우가 많고 ‘예쁘면 나비, 못생기면 나방’라는 말처럼 혐오의 대상으로 분류된다.
30년 이상 생물 다양성 연구에 매진해온 생태학자인 저자는 나방을 긍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탄생과 죽음, 생존과 번식, 생태계와의 상호작용 등을 세밀하게 들여다봤다.
나방의 종류는 무려 16만 종에 달하며, 그 중 일부는 나비만큼 화려한 무늬와 색상을 갖고 있다. 낮에 활동하는 나방의 수도 생각보다 많다. 영국에는 낮에 움직이는 나방의 수가 나비보다 3배 가량 많다고 한다. 한낮에 아름다운 나방을 보며 나비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무엇보다 나방은 꿀벌 못지않은 중요한 수분 매개자다. 참새, 뻐꾸기, 고슴도치 등 수많은 동물이 나방을 잡아먹으며 생존한다. 오로지 나방을 통해서만 꽃가루를 운반하는 식물도 존재한다. 저자는 “알고 보면 나방은 나비만큼 아름답고 꿀벌만큼 귀한 존재”라고 강조한다.
문제는 지구 생태계의 보석 같은 존재인 나방의 개체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나방마저 계속 줄어든다면 자연이라는 구조에 큰 구멍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한다.
나방처럼 특정 환경에 오래 적응해온 흔한 종이 사라진다는 것은 생태계 전체가 함께 무너진다는 의미다. 저자는 파괴된 생태계는 인간의 방식으로 되돌리기 어렵고 통제할 수 없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생태계 파괴를 멈추라고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