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 넣고 꺼내는 투명디스플레이…전극 개발로 新시장 성큼"[인터뷰]

류승윤 동국대 물리반도체과학부 교수 연구팀
5nm서도 안정적으로 구현…"경제성까지 잡아"
"상용화까지 20년 예상…자율주행차 등 활용도↑"
  • 등록 2023-12-27 오전 6:10:00

    수정 2023-12-27 오전 7:38:10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먼 훗날 학교 현장학습에선 선생님이 주머니에서 꺼낸 구겨진 투명 화면을 늘려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날이 올 거에요.”

류승윤 동국대 물리반도체과학부 교수는 26일 동국대 신공학관 연구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디스플레이 발전단계에서 최고라 불리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늘어나는 화면)’의 사용 사례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5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 1m)의 초박막 수준에서도 안정적으로 투명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구현되는 소자 개발에 성공한 류 교수 연구팀은 ‘투명 스트레처블 OLED’ 개발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류승윤 동국대 물리반도체과학부 교수.(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초박막 유리 화면, 늘려도 ‘안정적’…기존 한계점 극복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늘리기, 접기, 비틀기, 구기기 등 어떤 형태로도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해 궁극의 프리 폼(Free-Form) 디스플레이로 불린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활용한 기술로는 폴더블(접히는), 플렉서블(휘어지는), 롤러블(말리는) 디스플레이가 다양하게 등장했지만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아직 ‘꿈의 기술’이다.

류 교수 연구팀은 지난 6일 기존에 구부리면 불안정했던 유기전계발광소자(OLEDs)의 한계점을 극복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해선 얇은 전극 두께가 필수 조건인데 15~20nm로 두꺼운 금속 전극이 사용되면 연신성에 영향을 준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얇은 투명 전극 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옥사이드(Oxide) 물질을 적용한 연신 가능한 소자를 제작하고 기초 기술로 사용되는 금의 양을 줄여 경제성까지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류 교수는 “스트레처블 디바이스를 구현하면서 경제성까지 고려한 ‘유연성 투명 전극’에 집중한 연구였다”며 “대부분 옥사이드 종류에 대해선 신경을 대부분 안 쓰는데 중간 메탈 레이어를 얇게 하기 위해선 옥사이드 종류를 잘 선택해야 한단 걸 학문적으로 밝혔다”고 했다. 이어 “하단부에 표면 에너지(surface energy)가 강한 물질을 사용해 화면을 늘리면서 전극을 형성할 때도 섬처럼 떨어지지 않고 연속적인 얇은 박막을 만들 수 있었다”며 “기존 Oxide-Metal-Oxide (OMO) 전극에서 하단부 옥사이드를 선택적으로 조정하면 더 나은 유연성 투명 전극을 만들 수 있단 점을 발견했다”고 했다. 통상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화면을 길게 늘린 뒤 줄어드는 탄성을 이용해 개발하는 ‘구조적 연신(Geometrically stretchable, GS)’ 방식으로 연구되고 있다.

류승윤(맨 오른쪽) 동국대 물리반도체과학부 교수와 연구팀.(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자율주행차 활용↑, 사고 위험↓…“상용화까지 최선”

투명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된다면 현재 폴더블 디스플레이보다 훨씬 사용자 친화적인 디스플레이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가령 스마트폰을 평소에 매우 작은 크기로 갖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만 펼치고 완전 자율 주행자동차에 붙여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화면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류 교수 연구팀은 “자동차 내부가 곡선으로 이뤄져 있어 붙이기 쉽고, 기판에 유리가 아닌 유연한 폴리머 재료를 사용해 차량 사고에도 안전하단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투명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되기까진 갈 길이 멀다. OLED는 외부 충격이나 수분에 취약한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명 OLED를 ‘포장’하는 봉지공정이 필요하다. GS 방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술적 한계 극복도 필요하다.

류 교수는 “올레드가 2001년 나온 뒤 20년이 지나서 상용화됐다. 5년 뒤쯤 시제품이 나오고 20~30년 뒤에 상용화되지 않을까 한다”며 “늘렸다 줄였을 때 아코디언처럼 주름이 나타나는데 미세주름으로 만들어서 거시적인 시야에서 구별이 안되게 해야 한다. 재료공학과, 화학과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함께 뒷받침 돼야 한다”고 했다.

어드밴스 머티리얼즈 인터페이스의 12월 뒷면 커버 (사진=동국대학교)
이번 연구는 소재·물리화학 분야 저명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 머티리얼즈 인터페이스(Advanced Materials Interfaces)의 12월 뒷면 커버로 선정되기도 했다. 류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함께 자율주행차에 적용하기 위한 투명 디스플레이 연구를 진행해 내년 상반기 논문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류승윤 동국대 물리반도체과학부 교수.(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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