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와 남양유업(003920) 홍원식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이 조기종결은 불발됐으나 선고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항소심까지 소송의 승기가 한앤컴퍼니 측으로 명확히 기울어서 쟁점이 거의 없었던 만큼 대법원에서도 수개월 내 선고를 내릴 것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쟁점 없었던 한앤코-남양유업 소송전...수개월 내 마무리 유력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와 남양유업의 경영권 분쟁 대법원 상고심은 수개월 내 최종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심리불속행 기한(상고장 접수 이후 4개월)을 넘겼어도 시일 내에 결론이 나는 사례가 더 많은 데다, 특히 1·2심에서 인정된 쟁점이 없는 소송건이 장기전이 되는 경우는 더 드물다는 평가다.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쟁점이 명확한 사건들은 대법원 정식 심리가 진행되더라도 오래 끄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선고기일이 곧 잡힐 가능성이 높고, 늦어도 몇개월 내에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 금융소송 전문 변호사도 “대법원에서 정식으로 다뤄진다고 무조건 재판이 장기전이 된다는 건 법정 흐름을 너무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며 “대법에서는 새로운 쟁점을 추가해서 다투는 경우가 없고, 기존 심리를 살펴본다. 1·2심에서 크게 쟁점 없이 승소한 사안이라면 더 결론에 도달하는 시간이 빠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밖에도 하나금융그룹과 군산시의 바이오 발전소 건설 소송 등 대법원이 본안 심리에 착수한 이후 수개월 내 최종 선고를 내린 사례는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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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는 핵심 쟁점인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쌍방대리, △백미당 매각 포함 여부, △홍 회장과 일가의 임원 대우 조건 등에 대해 홍 회장측 주장을 모두 기각했고, 2심은 이례적으로 4개월 만에 앞선 재판부 판단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두번의 재판 승기가 명확하게 한앤컴퍼니 측으로 기울었던 만큼 대법원도 추가 심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던 셈이다.
최근 수년간 대법원에 상고된 전체 사건들 중 심리불속행기각되는 비율이 높았던 점도 한몫했다. 본안 심리로 넘어가지 않는 비율이 70~80%로, 평균적으로 상고건 10건 중 8건은 심리불속행 처리되었던 셈이다. 대법원까지 올라오는 사건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있기에, 특별히 심리를 더 할 상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 기각되는 경우가 많았던 상황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결정 동향을 보면 △1·2심 결론이 상이한 사건 △상고심 소송목적 가액이 고액인 사건 △사회적 관심이 지대한 주요 사건 등은 본안 심리를 진행하는 경향이 있었다. 홍 회장과 한앤컴퍼니의 분쟁의 경우 1·2심 판단이 동일했어도 소송 가액이 고액인 점, 자본시장 파장이 컸던 사안인 점 등을 고려하면 정식 심리 진행은 당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