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중앙일보는 전날 사건 피의자인 고모(35) 씨가 경찰 조사를 받은 직후 변호인을 통해 전한 편지 내용을 전했다.
고 씨는 먼저 “좋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사랑받고 살아갔으면 좋았을 텐데, 생활고와 산후우울증에 방황하던 제게 찾아와 짧은 생을 살다 간 두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이어 “(숨진 아기들이) 매일매일 생각났다”며 “셋째 아이가 초등학교만 입학하면 자수해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입학하고 보니 엄마 손길이 아직 많이 필요한 것 같아서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자수해야지 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남은 아이들이 갑작스레 엄마와 헤어지게 되면 얼마나 놀랄까, 씻는 법, 밥하는 법, 계란프라이 하는 법, 빨래 접는 법 등을 알려주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첫 조사 때 거짓말을 하고 이런 것들을 알려줄 시간을 벌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고 씨는 “아이들 친구에게 연락이 오는데, 과도한 신상 털기가 시작됐다. 아이들은 제발 보호해달라”며 “죄는 잘못한 만큼 달게 받겠다. 평생 먼저 간 아이들에게 속죄하며 살겠다”면서 편지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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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씨는 지난 27일 경찰에 “과거 한 차례 낙태 수술을 받았고, 이때 비용 부담을 크게 느꼈다”며 “남편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임신과 출산 사실을 숨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아내가 임신한 사실은 알았지만 아기를 살해한 줄은 몰랐다”며 “낙태했다는 말을 믿었다”고 진술한 고 씨의 남편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고 씨의 범행은 감사원이 보건당국에 대한 감사 결과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 신고는 되지 않은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당국에 그 결과를 통보하면서 드러났다.
고 씨가 분만 후 제삼의 장소로 이동해 범행했고, 2년 연속으로 생후 하루 된 자녀를 잇달아 살해한 점 등을 고려하면 영아살해 혐의 적용은 가볍다는 것이다.
형법 제250조 살인죄는 사형이나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지만 영아살해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일각에선 고 씨가 범행 전 아기에게 젖조차 물리지 않고 방치하는 등 학대 정황까지 드러나면 살인죄보다 형이 더 무거운 아동학대살해죄, 이른바 ‘정인이법’ 적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했다.
한편, 고 씨의 신상정보 공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피의자가 그 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얼굴과 이름, 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고 씨에게 현재 적용된 영아살해죄는 특강법이 정한 범죄에서 제외된다.
특히 고 씨의 신상이 공개되면 어린 세 자녀 등 다른 가족에 2차 피해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신상공개 불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