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간암이 주로 만성 간질환의 결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만성 B형·C형 간염이나 간경변증으로 간이 이미 많이 나빠진 상태에서 암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종기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은 침묵의 장기라서 좀처럼 위험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만성 간질환이 있다면 최소 6개월마다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종기 교수는 간질환 전문가로 만성 간염, 간경변증, 간암에 대한 치료와 연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 간암 원인의 대부분이 B형 간염
국내 간암 발생 원인의 약 70%는 만성 간염이다. 그 중 B형 간염이 60%, C형 간염이 10%를 차지한다. 15%는 알코올성 간질환이다. 만성 간염 환자라고 해서 모두 간암이 발병하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한 사람에 비해 간암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다. 따라서 만성 간염에 걸리지 않는 것이 간암을 예방하는 길이다.
신생아는 B형 간염 백신접종이 필수다. 어릴 때 백신을 맞은 성인 중에서 일부는 항체가 형성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혈액검사에서 항체가 없다면 다시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다행히 국가적으로 백신 접종을 시행하면서 B형 간염 보유자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C형 간염 보유자가 늘고 있다. 동양보다 서양에 더 많은 C형 간염은 주로 혈액을 통해 감염된다. 문신, 피어싱, 마약, 주사 등이 주 감염경로다. 현재 C형 간염은 백신이 없기 때문에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간은 웬만큼 지방이 끼고, 붓고, 염증이 생겨도, 우리에게 별다른 경고를 보내지 않는다. 만약 위에 염증이나 궤양이 생기면 속이 쓰리고 소화가 안 되는 등 증상을 바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간은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돼야 신호를 보낸다. 몸이 붓고 황달이 생겼을 때는 이미 간 기능이 70% 이상 상실돼 치료가 쉽지 않다. 따라서 B형·C형 간염이나 간경변증을 진단받은 40세 이상 고위험군은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을 통해 6개월마다 간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혈청알파태아단백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간경변증이나 지방간이 심한 경우에는 초음파 영상으로 간암을 발견하기 어려운데, 이때는 컴퓨터 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을 시행하기도 한다.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할 수도 있다. 현재 C형 간염은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면 완치가 가능하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권장한다. 간염 환자라도 정기 검진을 받고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진다면 간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한편 사회적으로 음주 문화가 퍼지면서 알코올성 간질환에 의한 간경변 및 간암 환자가 늘고 있다. 특히 바이러스성 간염을 가진 환자에게 잦은 음주는 간을 단기간에 손상시켜 간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금주와 금연은 필수다.
◇ 조기발견이 간암 예방 최선책
간암의 수술적 치료에는 간 절제술과 간 이식술이 있다. 간암 환자 중 간 절제술이 가능한 사례는 약 30%로, 암이 진행돼 있지 않고 잔여 간 기능이 충분한 경우다. 최근에는 간암 위치에 따라 복강경 간 절제술이나 최소 절개 간 절제술을 시행해 환자들의 수술 후 삶의 질도 고려하고 있다. 간암 자체는 조기에 발견됐으나 간 기능이 나빠 수술적 절제가 어렵다면 간이식을 시행한다. 간경변증이 심한 경우에도 간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이 될 수 있다.
한편 크기가 작은 간암은 고주파열치료술(RFA) 혹은 체외방사선치료와 같은 국소 치료를 진행한다. 여러 개의 간암이 동시에 있거나 수술적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는 간동맥화학색전술(TACE)을 시행하는데, 이는 간암 조직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간동맥에 항암제를 투여하고 색전 물질로 혈류를 차단하는 치료법이다. 간암이 간 밖으로 전이됐거나 많이 진행됐다면 항암제 치료를 고려한다.
한편 간암을 완전히 치료했다고 해도 남아있는 병든 간에서 암이 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간암 치료를 한 후에는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원인이 되는 만성 간질환도 잘 조절해야 한다. 적절한 항바이러스 치료는 재발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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