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대북 확성기 사업 비리’로 유죄를 선고 받은 관련자들이 국가에 손해 배상할 책임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들의 비리로 국가에 생긴 손해가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에서다.
|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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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정찬우 부장판사)는 국가가 음향기기 제조업체 인터엠과 브로커·군 간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피고들은 인터엠이 지난 2015∼2016년 브로커를 통해 대북 확성기 입찰 정보를 입수해 자사에 유리한 사항이 평가 기준에 반영되도록 하는 수법으로 정부와 166억 원의 계약을 체결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으로 브로커와 일부 군 간부의 유죄가 확정됐다.
국가는 이들의 비리로 가청(可聽) 거리가 10㎞에 미달하는 불량 확성기를 납품 받았다며 총 21억5000여만 원의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입찰 방해로 부당하게 높은 계약 금액이 책정됐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어떤 기상 조건에서도 10㎞ 가청 거리를 만족하는 확성기를 납품할 의무가 인터엠에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가청 거리는 설비의 사양과 시험 당시의 여러 환경적인 조건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며 “확성기가 통상의 작전 환경에 비춰 충분한 음향과 음량을 구현하고 있다면 가청 거리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들의 입찰 방해 행위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