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IPO) 공모청약에 첫날 237만명이 몰리며 청약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청약자들은 마음이 좋을 수 없다. 1주 이상을 기대했다가 일부 청약자들은 1주 받기마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19일 LG엔솔 대표주관사인 KB증권에 따르면 전날 7개 증권사 평균 경쟁률은 20.48대 1을 기록했다. 이에 따른 청약증거금은 32조6467억원을 기록했다. 청약 참가자수는 237만5301명, 청약주식수만 2억1765만주에 이른다.
경쟁률을 증권사별로 보면 △미래에셋증권 95.87대 1 △하나금융투자 28.59대 1 △KB증권 25.24대 1 △신한금융투자 15.87대 1 △신영증권 11.46대 1 △대신증권 9.87대 1 △하이투자증권 8.76대 1로 집계됐다.
공모주를 배정할 때 50%는 균등으로 50%는 비례로 배분한다. 총 100주를 배정한다고 하면 50주는 청약참가자들에게 1주씩 모두 나눠주고 50주는 청약증거금을 많이 낸 순서에 따라 배분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50주 배분에 50명이 청약하면 1주씩 모두 똑같이 나눠 가질 수 있지만, 증권사별로 배분할 수 있는 물량이 다르다 보니 특정 증권사에 청약자가 몰리면 1주도 못 받는 일이 생기게 된다는 점이다.
미래 버틸까 갈아탈까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것은 미래에셋증권이다. 그동안 대어급 IPO 대표주관사로 참여하며 많은 이들이 미래에셋의 계좌를 확보한 상태였다. 첫날에만 26만명이 LG엔솔 청약을 미래에셋증권에 하면서 첫날 경쟁률은 95.87대 1까지 치솟았다. 그 결과 최소 10주(150만원) 청약자가 균등으로 1주를 받을 확률은 41%로 낮아진 상태다. 미래 청약자 10명 중 6명이 1주도 못 받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비례로는 200주(3000만원) 청약자부터 1주씩이다.
KB증권에는 가장 많은 130만명가까이가 몰렸지만, 가장 많은 물량(486만9792주)을 확보해 균등으로 1주씩 나눠줄 수 있는 상황이다. 최소 150만원을 청약해도 균등으로 1주를 받고 1주 더 받을 확률은 87%나 된다. 비례로는 60주(900만원) 청약자부터 1주씩 받을 수 있다.
최소 증거금에 최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증권사는 하이투자증권이다. 인수단으로 참여하며 가장 적은 물량(22만1354주)을 확보했음에도 그동안 IPO 주관사 참여 경험이 많지 않아 계좌를 확보한 이들이 많지 않았던 게 오히려 약이 됐다. 첫날 청약자는 2만4933명, 경쟁률은 8.76대 1을 기록했다. 최소 10주 청약 시 균등으로 4주를 기대할 수 있다. 비례로는 20주부터 1주다. 만약 20주(300만원)를 청약했다면 5~6주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신영증권도 경쟁률이 11.46대 1로 집계되며 10주 청약 시 균등으로 3주를, 비례로 30주부터 1주를 받을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15.87대 1)는 균등으로 2주를, 비례로 40주부터 1주다. 하나금융투자(28.58대 1)는 균등으로 2주를, 비례로 60주부터 1주씩 배정될 것으로 추산된다.
◇ 복잡해진 셈법…변수는
변수는 공모청약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청약 마지막 날인 이날 오후부터 대기수요가 몰리며 증권사별 경쟁률이 비슷해질 수 있다. 청약을 고민하는 막판에 나서는 대기 수요와 증권사 여러 곳에 계좌를 확보한 후 경쟁률이 낮은 쪽으로 옮겨가는 갈아타기 수요가 나타나서다. 경쟁률이 추가 상승하고 비슷하게 마무리된다면 어느 증권사도 비례로 1주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나마 희망을 걸 수 있는 부분은 우리사주 미달이다. 우리사주 청약은 일반청약과 달리 청약증거금 100%를 넣어야 청약이 가능하다. 또 청약일정이 18일 하루로 짧다. 최근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우리사주 미달이 발생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LG엔솔의 우리사주 미청약잔여주식의 일부 또는 전부는 일반청약자에게 배정될 수 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 청약 당시에도 일부 증권사에 청약자가 몰리며 비례로 1주도 못 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우리사주 미청약잔여분이 추가 배정되면서 일부 청약자가 구제받기도 했다.
이날 청약은 오후 4시에 모두 마무리된다. 청약증거금 환불은 21일, 상장은 27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