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주당 합류' 채이배 "공정경제가 성장 해법"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공정시장위원회 공동위원장
공정경제 정착되면 중소기업 살고 성장률 높아져
  • 등록 2022-01-05 오전 6:00:00

    수정 2022-01-05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한 채이배 민주당 공정시장위원회(이재명 후보 직속) 공동위원장은 “공정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참여연대에서 공정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외쳤고 2016년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문한 채 위원장은 현재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이재명 캠프에 경제정책 조언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정시장위원회 공동위원장
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채 위원장은 “국가가 대대적인 투자를 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거나 새로운 산업을 진흥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선진국 한국에서 이 일은 민간에 맡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이 중심이 되고 국가는 보조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시장의 ‘플레이어’가 아니라 ‘심판자’가 돼 공정한 경제질서 확립에 노력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채 위원장이 말한 공정경제는 대·중소기업 간 공정한 거래 질서로 귀결된다. 그는 “우리 산업 내 문제는 중소기업이 뭔가 혁신적인 것을 만들었다고 해도 대기업에 귀속된다는 점”이라면서 “중소기업들이 제대로 성장하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성장률 저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맥락에서 채 위원장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세 가지 경제정책을 갖고 시작했다”면서도 “소주성에 치중하다 맨 마지막에서야 공정경제가 추진되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이것(공정경제)도 공정경제 3법 통과 외에 이뤄진 게 별로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정책 우선 순위를 잘못 잡으면서 세 가지 정책 모두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같은 맥락에서 채 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하게 된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공정하지 않은 경제 구조에서 창의와 성장이 없다’라는 공정경제 마인드를 공식화 했다”면서 “(경제민주화, 공정경제 등) 본인의 생각과도 맞아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2월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신 김관영, 채이배 전 의원의 입당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1.12.10 [국회사진기자단]
기업 간 공정경제 질서가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확립되기 위한 해법도 제시됐다. 채 위원장은 “경영진과 이사진, 주주 간에 상호 견제가 일어나야 한다”면서 “그나마 재벌 위주의 기업 구조가 일반적이었던 한국 경제에 서구식 주주자본주의가 형성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기업들 사이에서 ESG(환경·사회·구조) 경영이 화두가 되고 2000년대 신흥 대기업으로 성장한 IT기업들도 주주자본주의의 모범 사례라고 그는 봤다.

채 위원장은 “다만 이들 신흥 대기업도 시장 독과점과 관련된 숙제를 안고 있다”면서 “기존 재벌의 원하청 문제와 함께 공정위가 관심을 갖고 봐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정시장위원회 공동위원장
다음은 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일부이다.

-더불어민주당에 합류 이유는?

△국회의원 하기 전에 시민운동 했었다. 98년 참여연대에서 시작했을 때 했던 게 소액주주 운동. 소수 주주의 힘으로 재벌을 바꾸자가 취지였다. 시민운동의 결과물이 쌓여서 정책을 만들고 법을 만드는 데 역할을 했다. 그게 어느 정도 인정 받아서 국회의원까지 됐다. 정치 와서 4년 동안 하고자 했던 일도 그 일의 연장선상이다. 직(職)은 바뀌어도 업(業)은 바뀌지 않았다. 본인의 업은 경제민주화로 생각하고 있다. 대선의 장이 열렸는데, 정치인으로서 자기 역할을 해야 하겠다 했을 때, 어느 후보와 같이할까 고민했다. 결론은 ‘이재명 후보가 괜찮을 수 있겠다’였다. 민주당이 그나마 공정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함께 해줄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대선 후보 모두 성장률 저하 문제를 언급하면서 본인이 해결할 것처럼 얘기한다. 가능하다고 보나?

△본인도 와닿게 느끼지 않는다. 국가 주도의 경제성장, 경제부흥은 끝났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서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거나 새로운 산업에 진출한다는 것은 지났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됐다. 그 과정에서 기업들의 역할이 컸다. 충분히 민간에 맡겨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물론 정부의 역할이 있을 수 있다. 규제를 풀어준다거나, 새로운 혁신의 실험들이 이뤄지게 한다거나. 민간에서 하기 힘든 대규모 장기적인 투자에 대한 부분도 국가가 어느 정도 재정으로서 보조를 해줄 수는 있다. 예컨대 우주산업 개발 등이다.

다시 강조하자면, 민간이 중심이 되고 국가는 보조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의 정경유착 방식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민간과 정부가 소통을 해야한다고 본다. 특정 기업에게 (성장의 결실이) 가는 것이 아니다. 국민 전체가 누릴 수 있게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과거 압축성장의 기억이 있는 국민들에 대한 설득이 쉬워보이지 않는다.

△물론 선거라는 과정에서 그런 목표를 제시해야 하는 압박이 있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잘 설명해야 한다고 본다. 국가가 목표를 갖고 가지고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이재명 후보가 말한 게 있다. “플레이어 역할보다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공정한 생태계를 위해서라면 심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진짜 대규모 장기적인 투자, 민간이 쉽사리 못하는 것을 국가가 해줘야 한다.

-과거 김대중 정부도 초고속인터넷망을 주도적으로 깔고 민간 기업들이 그 위에서 사업을 하면서 성장을 한 사례도 있다.

△이재명 후보도 대대적인 투자가 계속해 디지털 대전환을 하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다. 이 후보가 그런 (보조적인) 역할로 생각하고 말한 것이라면 다행이다. 그러나 자꾸 정부가 뭔가 주도하고 특정 산업을 키우려고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최근 세계 전체적으로 반도체 공급망이 교란되니까 정부가 반도체 정책을 발표한 게 있다. 특정 지역에 반도체 기업들이 오게 만드는 식이다. 옛날 공무원이 만드는 방식의 수준이다.

정부는 어떻게 공정하게 만들지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한다. 중소기업 사이에서 반도체 분야 설계를 하는 다양한 전문 기업들이 있고 그들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산업 구조는 중소기업이 만들면 대기업들이 이를 뽑아 먹도록돼 있다. 중소기업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중소기업도 같이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지, 어디에 단지를 만들고 ‘여기 와서 다 같이 일해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맥락적으로 경제민주화와 연결된다. 꽤 오래된 화두인데 이재명 후보가 된다고 해서 우리 산업 구조가 바뀔까.

△결국은 정부의 마인드다. 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소·주·성),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세 가지 경제정책을 갖고 있다고 시작했다. 세 가지가 동시에 진행됐다. 막상 실행된 것 보면 소·주·성이 가장 앞서 나갔다. 이후 혁신경제 혁신성장에 치중하다가 맨 마지막에 공정경제가 추진됐다. 그런데 이것도 공정경제3법이란 것 통과된 것 말고는 이뤄낸 게 없다. 문재인 정부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잘못 잡으면서 세 가지 정책을 그닥 효과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이 후보가 중소기업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표현했다. “저는 단언한다. 공정하지 않은 경제구조에서는 창의와 성장이 없다” 가장 기본적인 공정경제 마인드다.

우리 경제에 있어 저성장과 양극화가 가장 큰 숙제인데 이 두 가지 다 하나의 원인이라고 본다. 그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심화이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착취하는 이 불공정한 경제 생태계 때문이었다. 이것을 바꾸지 않으면 임금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다. 새로운 혁신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 성과는 다시 대기업에 흘러간다. 중소기업이 살아날 수가 없다. 이것을 바꾸는 게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2000년대 이후 성장한 기업들은 좀 다르지 않나. 이사회 중심의 기업 지배 구조도 기존 대기업보다 잘 발달된 것 같다.

△확실히 다르다고 본다. 일제시대부터 만들어진 게 재벌이다. 이들은 국가 권력에 접근해 정경유착으로 성장했다. 외환위기 이후 재벌들이 폭삭 망했고 재벌 개혁 얘기가 나온다. 이후 아주 조금씩 세대가 바뀌면서 바뀌고 있다. IT 기업들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시장 경제가 상당히 성장한 상황에서 성장했다. 자신들의 경쟁력을 갖고 성과를 냈다. 과거 대기업처럼 정경유착을 했거나 원조 자원으로 돈을 번 게 아니다. 이런 IT 기업들이 새롭게 신흥 재벌로 크고 과거 기업과는 다른 모습을 갖고 있어서 기대가 된다.

다만 이 기업들에 있어서 지배구조 문제보다는 독과점의 문제가 더 두드러진다. 그래서 공정위는 기존 산업의 대중소 간의 문제, 새롭게 성장한 신흥 IT재벌의 독과점 문제 등에 관심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

-IT 플랫폼 기업들은 이재명 후보의 규제 방침에 우려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최근 삼프로티비 나와서 배달의민족이 수수료를 많이 떼어가고 있다고 언급한 게 있다. 경기도에서 나온 배달앱이 잘된다고 했다. 그게 바로 정부가 플레이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부가 플레이어로서 역할을 하면 안 된다.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한다. 불공정하다고 여겨지면 어떻게 하면 불공정한 것을 고칠까 생각해야 한다.

시장은 독과점 문제로 실패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개입해서 시장을 교정하려고 하면 위험할 수 있다. 만일 거기서 정부 실패마저 일어난다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부동산 문제도 이 같은 맥락 아닌가.

△현 정부는 공급을 줄이고 수요를 억제하면 된다라고 봤다.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정부는 투기를 잡고 불로소득을 환수하겠다고 했다. 공급을 막고 수요도 억제하다가 2년만에 곪 아터졌다. 부동산도 시장인데, 말로는 ‘부동산 시장’이라고 하면서 시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자기 마음대로 다 틀어막을 수 있다고 여긴 게 패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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