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전작이 상처를 받는 사회 초년생에게 말을 거는 책이었다면, 이번엔 그들이 조금 더 나이를 먹고 난 뒤 어떻게 자신을 키워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각자도생해야 하는 세상에서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꿈을 포기하지 않을 요령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2018년 첫 출간돼 50만부 판매 기록을 세운 베스트셀러 산문집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의 정문정(35) 작가가 3년 만의 신작 ‘더 좋은 곳으로 가자’(문학동네)로 다시 돌아왔다. 전작이 갓 사회에 발을 내디딘 20대를 위한 조언을 공감 가게 전했다면, 신작은 사회생활에 조금은 익숙해진 20대 후반부터 30대들을 위한 일과 생활의 요령을 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신작 산문집 ‘더 좋은 곳으로 가자’로 3년 만에 돌아온 정문정 작가(사진=정문정 작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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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정 작가는 “사회 초년생으로 상처를 받기만 하던 사람도 사원에서 대리가 되고 차장, 과장으로 올라가다 보면 누군가에게 의도치 않은 상처를 주는 입장이 된다”며 “그런 이들이 어떻게 하면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을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신작을 쓰게 된 배경을 밝혔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독자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눈에 띄는 것은 사회, 경제적 계급에 대한 고찰이 책 전반에 깔려있다는 점이다. 정 작가가 브런치에 먼저 올려 100만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가난하면서 관대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에서는 가난이 인간다운 삶을 어떻게 가로막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표제작이라 할 ‘우리 더 좋은 곳으로 가자’에서는 나날이 치솟는 부동산 가격 앞에 절망하는 청춘을 이야기하며 “기성세대는 탐욕을 조절해 양보해야 하고 청년들은 더 나은 걸 욕망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정 작가는 지금의 청년 세대가 ‘높은 곳’은커녕 ‘좋은 곳’으로 가는 꿈마저 포기하고 있다고 했다.
“부모 세대가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고 믿었다면, 우리 세대는 더 높은 곳은 못 가도 더 좋은 곳으로는 갈 수 있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지금 9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들은 ‘지금보다 더 떨어지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있죠. 이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는 뜻)이라도 해서 투자를 하는 데는 그러지 않고는 더 좋은 곳으로 가지 못한다는 불안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이는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만큼 정 작가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 사람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느낀 감정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시스템을 바꾸긴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음을 포기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잡지 기자로 시작해 기업 브랜드 홍보팀장, ‘대학내일’ 디지털미디어파트 편집장으로 일했던 정 작가는 3년 전 회사를 퇴사하고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 전작인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은 올해 초 50만부 판매를 기념해 리커버 버전을 새롭게 출간하기도 했다. 정 작가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듣고 싶은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하고 있다”며 “독자에게 편안하게 말을 걸면서도 깊이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