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빅테크·핀테크 기업이 속속 금융투자업에 진출하면서 기존 증권사들은 리테일 시장 점유율 수성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이 20~30대 주식 초보자 입맛에 맞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예고하면서 새로운 브로커리지(주식매매중개) 시장을 창출할 수도 있지만 기존 시장 잠식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들은 테크 기업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자산관리(WM) 서비스나 다양한 금융상품 제공이 가능한 투자은행(IB) 부문 강화를 통해 집토끼 지키기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65조13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12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인 74조4559억원 보다 9조원 가량 줄어들었지만 1년 전 29조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이다.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금리 상승으로 증시가 주춤하고 있으나 지수를 떠받치는 개인 투자자의 ‘실탄’이 여전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풍은 작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한해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12조2000원을 기록, 전년 대비 144.5% 늘었다. 이같은 주식투자 열풍에 증권사들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수치 기준 국내 주요 20개 증권사(2020년 9월 말 자기자본 순)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7조8474억원)과 순이익(4조7623억원)은 전년 대비 각각 36.7%, 25.1% 늘었다.
신규 증권사 입장에서는 시장 진입 타이밍이 나쁘지 않지만, 기존 증권사들은 플랫폼 경쟁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증권사들은 새로운 ‘디지털+금융’ 융합 서비스를 준비하는 한편 브로커리지 외 WM과 IB 사업을 통해 수익 창출 역량을 강화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을 가미한 WM 마이데이터 사업이 대표적이다. 마이데이터는 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에 흩어진 개인신용정보를 한눈에 보여주고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신생 증권사들이 편의성을 내세웠다면, 기존 증권사는 오랜 기간 쌓아온 데이터와 고객층을 강점으로 삼아 차별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가 금융위원회로부터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은 데 이어 다른 증권사들도 허가를 받기 위한 채비에 나서고 있다. 대형사일수록 주식 뿐 아니라 부동산·가상화폐·해외투자 등 투자 전반에 대한 컨설팅과 관리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생 증권사의 등장에 자극을 받아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춤했던 WM에 디지털을 접목해 역량을 강화하고, 관련 사업 비중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증권, 은행 계열 금융정보를 모두 활용한 새로운 방식의 WM 서비스를 통해 상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B 부문 강화도 필수다. 백신 접종 가속화 등으로 코로나19가 진정되면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사업 재편 등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되는데다 기업공개(IPO)도 봇물을 이루는 상황이다. 이 한 증권사 관계자는 “IB는 인맥과 레코드가 중요해 신생 증권사의 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수익 다각화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부문”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흥행성과 참신함으로 테크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증권사들이 새로 주식을 시작하는 투자자 중심으로 사용자 모집에선 성과를 거둘 순 있다”면서도 “브로커리지 만으로는 수익 구조가 한정돼 IB와 대출 등을 병행하는 기존 증권사와 경쟁해 외형을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